올해부터 시행된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 적용 시 일부 기업의 유효세율이 최대 7%포인트 안팎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기업들 입장에서는 세 부담 증가와 함께 신고 및 납부·공시를 위한 전산 시스템까지 추가로 구축해야 해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기업의 2023 회계연도 감사 보고서 및 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조사한 결과 한온시스템의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 시 유효세율은 40.9%에서 48.0%로 7.1%포인트 증가했다. 한온 측이 지난해 실적을 바탕으로 추정한 결과다. 자동차 부품사인 한온시스템은 중국과 인도·헝가리 등에 현지 법인과 지사가 있다. 유효세율은 회계상 법인세 비용을 법인세 차감 전 순이익으로 나눈 것으로 실효세율과 다소 차이가 있다.
다른 기업도 최저한세 시행에 따른 세금 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롯데그룹은 태국 소재 법인에서 추가 세액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고 기아도 헝가리에서 추가적인 법인세 부담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주도해 마련한 국제 조세 협약으로 올 1월부터 시행됐다. 다국적기업이 법인세율이 낮은 나라에 자회사를 세워 세금을 피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해외 자회사의 실효세율이 15% 이하면 모기업이 그 차액을 자회사가 위치한 나라 등에 부담해야 한다. 베트남 법인의 실효세율이 10%일 경우 베트남에 5%만큼의 세금을 추가로 내는 방식이다. 최근 4년 중 2년 이상 연간 연결 매출액이 7억 5000만 유로(약 1조 원)를 웃돈 다국적기업이 대상이다.
재계에서는 최저한세 시행으로 법인세 부담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아직 해외 자회사들의 실효세율을 계산할 업무 절차조차 없는 기업들이 적지 않다. 한 회계법인 임원은 “세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물론 제도 자체가 복잡해 예상 법인세 비용을 계산하기도 힘들다”며 “관련 시스템 구축 역시 까다로워 기업들의 어려움이 상당히 많을 것”이라고 전했다.
올 들어 시행된 글로벌 최저한세(15%)와 관련해 삼성중공업은 2023 회계연도 감사보고서에서 나이지리아 법인 등 유효세율이 15% 미만이라며 향후 세 부담이 늘어날 수 있음을 시사했다. 기아는 사업장 일부가 저세율 국가인 헝가리에 있다며 세금이 증가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들뿐만이 아니다. LG디스플레이와 HD한국조선해양 등이 각각 베트남과 아르헨티나 법인이 현재 최저한세율보다 낮을 수 있다고 걱정했다.
주요 대기업들이 글로벌 최저한세 적용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기업 재무회계 담당자들은 “글로벌 최저한세로 업무 부담이 커졌다”고 입을 모은다. 세금 부담이 늘어나는 것은 기본이다. 명확한 업무 프로세스조차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 각 해외법인의 실효세 부담을 계산하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회계법인 EY한영이 지난달 국내 기업 실무자 3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도 ‘추가 세 부담 및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33%)’이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으로 가장 우려되는 사안으로 꼽혔다.
국내에서는 올해 1월부터 글로벌 최저한세가 도입됐다. 기업들은 2024 사업연도 실적을 기준으로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추가 세액을 계산해 2026년 6월까지 신고해야 한다. 문제는 글로벌 최저한세 시행으로 발생할 비용을 파악하기조차 어렵다는 점이다. 관련 컨설팅을 받기 위해 로펌과 회계법인을 찾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는 후문이다. 공시도 부담이다. 올해부터 재무제표 주석에 글로벌 최저한세에 따른 법인세 비용을 반영해야 하는데 주석 공시 관련 형식이나 포함할 내용 등이 정해지지 않은 상황이다.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등 관련 부처에서 글로벌 최저한세 관련 질의회신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기재부와 국세청에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부서가 있지만 기업의 관점에서 접근하기는 쉽지 않다”고 짚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세무사 등 업계 전문가들을 만난 뒤 세정 지원책을 마련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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