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 도래한 만큼 노인 등 취약 계층의 디지털 격차 해소를 최우선으로 두고 추진해야 합니다”
박대성(사진) 로블록스 아시아태평양 대외정책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AI 시대의 가장 민감한 이슈로 ‘기술 격차’를 꼽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장노년층 등은 여전히 국세청 홈택스나 정부 온라인 민원 서비스인 ‘정부24’ 등 공공서비스 이용조차 어려워 하는 경우가 많다. 디지털 격차 때문에 아이들과 소통이 어렵다는 부모도 종종 볼 수 있다"고 했다. 초고령화 추세 속에서 AI 등 신기술이 발전할수록 취약 계층을 위한 디지털 역량 교육 강화 등 각종 대비가 필요하다는 게 박 대표의 설명이다.
최근 AI의 가파른 발전이 인류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인간 수준의 의식을 가진 ‘범용 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하면 AI에 대한 인간의 통제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박 대표는 AI를 무조건 두려워하고 거부하기 보다는, 기술의 장점을 ‘똑똑하게’ 활용해 일과 삶의 효율성을 높이는 ‘윈윈win-win)' 결과를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인간이 대체될 수 없는 존재인 것처럼 기술은 그 자체로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닌 ‘가치중립적’"이라며 “사람들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에 따라 기술의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가 최근 출간한 ‘위대한 착각 올바른 미래’에서 AI 등 각종 신기술을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자세히 다룬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박 대표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국제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행정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조지 W. 부시 대통령 재선 캠프를 거쳐 버몬트주 연방상원의원 선거본부장으로 재직했다. 메타 전 대외정책 부사장을 담당했으며, 국제기술위원회ITIC 아시아·태평양 위원회 의장, 주한미국상공회의소 및 한·미재계회의 디지털 위원으로 활동했다. 현재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Roblox)에서 아시아·태평양(APAC) 대외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AI 기술 고도화에 따라 일과 일상생활, 경제, 사회 순으로 변화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콘텐츠를 만들어주는 ‘생성형 AI’와 특정 산업의 니즈를 해결하는 ‘산업 특화형 AI’가 금융과 의료 등 거의 모든 분야에 도입되고 있으며, 이는 결국 우리가 일하는 방식과 근태 관리의 변화 및 새로운 일자리의 탄생과 낡은 일자리의 소멸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이같은 상황을 잘 대처하려면 AI기술 혜택이 골고루 주어질 수 있도록 신구산업 간 갈등 조율 능력을 키우고 낡은 규제를 없애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 닛케이에 실은 기고문에서도 "AI기술은 산업을 빠르게 재편하고 있으며, 앞으로는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따라 인력 운영을 얼마나 능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느냐가 기업
경쟁력을 판가름하게 될 것"이라며 “노동 이동성(Labor Mobility)이 높은 시장에서는 근로자가 AI에 의해 대체되더라도 새로운 일자리를 그만큼 더 쉽게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근로기준법을 개정하려는 이유는 성과기반 임금제를 확대하고 파업 때는 회사가 대체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서 한국 노동시장의 유연성과 이동성을 개선하기 위한 것으로, 한국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변화하는 세계 환경에 맞는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또다른 신산업인 ‘메타버스’에 대한 시들했던 관심이 올해 다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는 최근 세계 최초로 메타버스 산업 진흥을 위한 법을 마련했다. 메타버스 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 및 지원하고 관련 규제를 개선한다는 취지다. 그는 “초기 메타버스에 대한 가장 흔한 오해와 거부감 중 하나는 현실을 대체해 만남을 단절시킨다는 것”이라며 “하지만 오히려 메타버스는 사람들이 직접 만나고 싶어도 그러지 못할 때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을 제공하는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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