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식사로 계란을 자주 삶아 먹는 직장인 백 모(41)씨는 계란이 떨어지면 집 근처 편의점을 찾는다. 백씨는 “예전에는 마트에 가서 계란을 샀는데 편의점 제품도 품질이나 가격 면에서 차이가 없어 필요할 때마다 편의점에서 손쉽게 구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근거리 소비’ 문화가 확산하면서 편의점의 생란 판매량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17일 CU에 따르면 올해 1~2월 생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9% 증가했다. CU 관계자는 “편의점에서 생란을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부쩍 늘어났다”며 “그동안 편의점은 반숙란·삶은 계란 등 가공란이 주로 판매되는 채널이었는데 편의점에서 신선식품을 구입하는 새로운 소비 트렌드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CU의 생란 매출은 우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전년과 비교한 매출 신장률은 지난 2019년 7.9%였지만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외식 빈도가 줄면서 2020년 23.1%, 2021년 50.6%로 크게 늘었다. 엔데믹 이후에도 2022년 24.9%, 2023년 19.0%로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눈길을 끄는 것은 대용량 제품의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CU의 10구 초과 생란 매출 비중은 2019년 6.3%에 그쳤지만 매년 가파르게 확대되면서 지난해는 47.1%까지 커졌다. 과거에는 주로 1~2인 가구가 소용량 제품을 샀다면 이제는 3인 이상 가구가 대용량 상품을 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용량 상품 중 가장 많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제품은 CU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인 HEYROO 계란 득템(15구)이다. 이 제품은 4900원으로 마트에서 판매하는 유사 제품보다 약 10% 저렴하다.
편의점에서 잘 팔리는 식자재는 생란뿐만이 아니다. GS25가 판매 중인 식재료 대부분은 1~2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크게 늘었다. 품목별로 살펴보면 △쌀 139.8% △과일 8.8% △채소 10.1% △정육 55.9% △수산 47.6% △생란 3.1%이다. 세븐일레븐의 경우 같은 기간 과일은 30%, 채소는 10%, 수축산/계란은 20% 매출이 증가했다. 이마트(139480)24의 매출 신장률은 △생란(15구 이상) 89% △과일 33% △쌀 31% △채소 31% △정육 19%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존 간편식품과 가공식품 위주 판매 채널이었던 편의점이 신선식품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높은 접근성과 24시간 운영, 최신 트렌드에 맞춘 빠른 상품 구색 등이 강력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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