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HBM은 기술적 기적”이라며 반도체 공급망 내 한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엔비디아에 HBM을 공급 중인 SK하이닉스에게는 호재다. 다만 황 CEO는 삼성전자(005930)와 초미세공정 파운드리 협력에 대해서는 즉답을 피하고 TSMC를 치켜세워 아쉬움을 줬다.
황 CEO는 19일(현지 시간) 미국 산호세 시그니아 호텔에서 열린 GTC 2024 기자간담회에서 “HBM은 기존 DDR5 D램과 달리 논리회로에 가까운 ‘기술적 기적’”이라며 “생성형 인공지능(AI)의 영향으로 현재 DDR D램을 사용하는 모든 데이터센터 메모리가 HBM으로 교체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HBM은 에너지 효율이 매우 높아 더 많은 정보를 지속가능하게 처리할 수 있다”며 “HBM 생산자들이 겸손하다 해서 HBM을 오해하면 안 된다”고 덧붙였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한국 기업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황 CEO는 “알다시피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양의 선단 메모리와 HBM을 생산 중인 국가로 한국과 엔비디아 관계 또한 매우 복잡하다”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업그레이드 주기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하고 양사와 매우 깊은 파트너십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황 CEO는 삼성전자 HBM은 “검정(Qualifying) 중”이라며 현재 납품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명확히 했다. 엔비디아는 SK하이닉스와 마이크론 HBM을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으나, 황 CEO가 직접 삼성전자 제품이 검증 단계임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삼성전자는 업계 최초로 개발한 12단 HBM3E를 올 상반기 중 양산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엔비디아와 삼성전자의 반도체 파운드리(주문생산) 협력에 대해서는 미묘한 답변을 내놨다. 황 CEO는 삼성전자와 파운드리 협력에 관해 “삼성전자의 자동차 반도체는 앞으로 모든 자동차에 사용될 것”이라며 “삼성전자와 같은 곳에 살아 그 대단함을 모르는 것 같다”고 답했다. 긍정적인 말이지만, 삼성전자 파운드리 활용처를 AI 칩셋 대신 차량용 반도체로 제한하고 있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반면 황 CEO는 TSMC에 대해서는 극찬을 이어갔다. 그는 “TSMC와 우리 관계는 더 가까워 질 수 없을만큼 가깝다”며 “TSMC가 끝없이 성장할 것이라는 큰 신뢰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엔비디아는 그간 초미세공정 칩셋 절대다수를 TSMC에서 생산해왔다. H100으로 알려진 ‘후퍼’와 전날 발표한 B100 ‘블랙웰’ 또한 전량 TSMC 제조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