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연내 세 차례 금리 인하 전망을 유지하면서 국내 증시와 원화·국채가 동반 급등하는 트리플 강세를 보였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64.72포인트(2.41%) 오른 2754.86에 마감했다. 2022년 4월 5일(2759.20) 이후 23개월 만에 최고치다. 코스닥도 12.84포인트(1.44%) 상승한 904.29에 장을 마쳐 지난해 9월 11일(912.55) 이후 처음으로 900선을 넘어섰다. 특히 원화도 급등해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17.4원 내린 1322.4원에 거래를 끝냈다. 국채 3년물 수익률(금리)은 6.5bp(1bp=0.01%포인트) 떨어진 3.306%를 기록했다. 일본 닛케이225 평균 주가(닛케이지수)도 2.03% 오른 4만 815.66엔에 마감해 신기록을 다시 썼다.
국내 증시가 일제히 초강세를 나타낸 것은 미국의 통화정책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안도감 때문이다. 미 연준은 20일(현지 시간) FOMC 위원들의 향후 금리 수준 전망을 표시한 점도표에서 올해 금리를 3회 인하할 계획임을 시사했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만만찮은 물가 수준을 감안해 연내 금리를 두 차례만 인하할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가 국내 증시로 강하게 유입될 가능성을 높게 점치면서도 글로벌 금리 인하 정책이 또다시 바뀔 수 있다는 점은 불안 요소로 남았다고 진단했다.
코스피 상승은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주도했다. 외국인이 1조 8783억 원을 순매수해 1월 11일(2조 2962억 원) 이후 가장 많이 사들였다. 기관도 1조 980억 원 매수 우위를 보이며 올 들어 처음으로 1조 원어치 이상의 주식을 쓸어담았다. 반면 개미는 역대 최대인 2조 9107억 원을 순매도했다.
코스닥시장에서는 외국인이 3500억 원 정도를 순매수한 가운데 개인이 3600억 원가량을 순매도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이번 FOMC 결과에 따라 한동안 성장주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중심으로 외국인 투자심리가 개선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도 금리 인하 속도가 다시 조정될 수 있을 가능성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실제 FOMC에서 ‘연내 4회 이상’의 기준금리 인하를 전망하는 연준 위원 수는 기존 5명에서 1명으로 줄어들었고 기존 ‘3∼4회 인하 전망’은 ‘2∼3회 인하 전망’으로 바뀌었다. 내년 말 예상 정책금리도 3.6%에서 3.9%로 높아졌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FOMC에 대한 안도감과 마이크론의 깜짝 실적이 국내 증시의 상승 기폭제로 작용했다”며 “연준이 점도표에서 연말 금리 평균과 내년 전망치가 높아져 물가 지표에 따라 금리 인하 속도가 조정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 속에 외국인의 위험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통화정책의 경우 한국은행이 이르면 7월부터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한은이 하반기 피벗(통화정책 전환)에 나설 경우 연내 두세 차례의 금리 인하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2분기 이후 수출 증가율이 둔화하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에 따른 건설 부진 여파가 본격화할 것”이라며 “한은도 7월부터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다”고 전망했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이 6월에 금리를 낮추면 한은도 7월 인하가 가능하다”며 “7~8월부터 연내 두 차례에 걸쳐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단 일각에서는 금리 인하 시점이 4분기로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