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법무부가 애플 서비스들이 이용자 차별을 통해 독점력을 키워왔다고 판단하면서 ‘아이메시지’의 폐쇄성 역시 시정이 이뤄질지를 두고 정보기술(IT) 업계의 관심이 모인다. 아이폰 사용자끼리는 파란색 말풍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에게는 초록색 말풍선으로 표시하는 애플의 문자 메시지 구별방식을 당국이 차별로 규정한 것이다.
23일 IT업계에 따르면 미국 법무부는 21일(현지 시간) 16개주 법무장관과 공동으로 애플을 반독점법 위반으로 고소했다. 아이폰·아이패드·애플워치 등 제품과 앱스토어·사파리·애플페이·아이메시지 등 서비스로 이뤄진 ‘애플 생태계’를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타사 이용자를 차별, 시장 독점을 강화해왔다는 이유에서다.
외신 더버지는 아이메시지가 이번 소송의 핵심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아이메시지는 아이폰 사용자끼리만 쓸 수 있는 애플의 자체 규격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이다. 아이메시지 앱이 지원되지 않는 안드로이드폰 사용자는 통상 ‘문자’라고 부르는 단문메시지서비스(SMS)와 멀티미디어메시지서비스(MMS)로만 아이폰 사용자와 대화할 수 있다. 아이메시지와 비교해 SMS·MMS는 말풍선 색이 다르고 이미지 전송 시 화질이 떨어지는 등의 호환성 문제가 발생한다.
이 같은 구별이 또래 간 동질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청소년층에서 아이폰과 비(非)아이폰 간 차별을 조장하며 특히 미국 10대의 85%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데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말 애플은 스타트업 비퍼가 출시한 안드로이드용 아이메시지 지원 앱 ‘비퍼 미니’를 개인정보 보호 침해 우려를 이유로 아이폰에서 차단하기도 했다.
미국에 앞서 유럽연합(EU)이 빅테크 플랫폼을 포괄적으로 규제하는 디지털시장법(DMA)을 시행하며 아이메시지를 애플의 독점을 공고히 하는 핵심 플랫폼 서비스로 규정하고 검토에 들어간 바 있다. 이에 애플은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가 만든 국제 표준 메시지 규격인 차세대 메시지 서비스(RCS)를 올해 도입하기로 했다. RCS는 SMS·MMS와 비교해 문자와 저용량 파일 무료 전송, 단체 대화(그룹 채팅), 메시지 수신 확인, 송신 취소, 선물하기, 송금하기 등 더 고도화한 기능을 제공한다. 사실상 통신사의 ‘문자’ 기능이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왓츠앱 같은 메신저 애플리케이션과 대등한 수준으로 진화한 형태다.
하지만 외신들은 이 같은 애플의 대응이 ‘꼼수’에 불과하다는 지적을 내놨다. 애플이 EU 당국의 요구를 수용해 아이폰-안드로이드 간 RCS를 지원하면서도 기존 아이폰끼리의 아이메시지는 그대로 유지한다는 방침을 내걸었기 때문이다. 아이폰-안드로이드폰 간 메시지 기능을 고도화했을 뿐 아이메시지의 폐쇄성과 ‘말풍선 차별’은 여전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이유로 미국 법무부도 애플의 RCS 지원 방침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마저도 애플이 2019년의 구버전 RCS만 지원하기로 하며, 향후 신버전을 지원하지 않는 한 서드파티(안드로이드) 메시지 앱 이용자 입장에서는 기능이 유명무실해질 것이라고 봤다. 업계는 유럽에 이어 자국 정부마저 강하게 압박함에 따라 애플이 아이메시지를 포함한 생태계 개방이 어느 정도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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