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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슨 황이 말했다 "미래에는 움직이는 모든 것이 로봇이 된다" [biz-플러스]

[넥스트 빅테크, 로봇] <하>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18일 미국 산호세에서 진행된 개발자 컨퍼런스에서 AI 로봇 플랫폼을 소개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현지 시간) 미국 새너제이 SAP 센터에서 열린 엔비디아의 개발자 컨퍼런스(GTC).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는 기조연설이 끝나갈 무렵 무대에 인간 모양을 한 휴머노이드를 등장시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창업자 겸 최고경영자(CEO)는 엔비디아가 직접 훈련시킨 로봇 ‘오렌지’와 ‘그린’을 포함한 로봇들을 소개했고, 로봇 플랫폼 ‘그루트(GROOT)’를 전격 공개했다. ‘괴물 칩 메이커’인 엔비디아가 로봇 시장을 정조준했음을 공개하는 상징적인 장면이었다.

엔비디아, 인간과 함께 작업하는 ‘범용로봇기술’ 개발


그루트(GR00T·Generalist Robot 00 Technology)는 인간과 같이 다양한 작업이 가능한 ‘범용로봇기술’을 뜻한다. AI 로봇 설계와 구동 시뮬레이션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플랫폼부터 로봇 내에서 AI 연산을 자체 처리할 저전력 전용 칩셋 ‘젯슨토르’를 아우르는 프로젝트다. 생성형 AI로 학습해 반려동물처럼 움직이는 로봇과 함께 등장한 황 CEO는 “로봇 공학자들이 도약할 수 있도록 범용 인간형 로봇을 위한 기반 모델과 지원 기술을 구축했다”며 “앞으로 움직이는 모든 게 로봇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로봇을 둘러싼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두뇌를 장착한 휴머노이드가 인간 대신 육체노동에 투입되고 대량 양산으로 인구 감소에 대응할 날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넥스트MSC에 따르면 전 세계 AI 로봇 시장은 2021년 956억 달러(약 128조 원)에서 2030년 1848억 달러로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 설명


◇엔비디아도 참전…두뇌 장착한 휴머노이드=엔비디아가 본격적으로 로봇 사업 확대에 나선 것은 로봇이 AI라는 강력한 두뇌를 달면서 영화 속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사람과 완전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공개돼 충격을 안겼던 피규어AI의 휴머노이드 로봇 ‘피규어01’이 대표적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단순 동작만 하던 피규어01이 급성장한 것은 오픈AI의 AI 모델을 탑재하면서다.

이전까지 로봇은 일일이 명령어를 입력하고 동작 하나하나를 학습시켜야 했다. 하지만 AI의 등장은 로봇의 학습 체계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로봇이 스스로 학습하고 응용 능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진화한 것이다. 임상덕 한국로봇산업협회 정책팀장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주목받고 있는 것은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활용도가 매우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글로벌 제조기업들이 앞다퉈 휴머노이드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엔비디아가 휴머노이드 로봇을 중심으로 로봇 사업의 청사진을 보여준 배경에도 로봇 두뇌가 될 AI 분야의 최강자라는 자신감이 있어서다. 엔비디아 관계자는 “결국 AI의 마지막 단계는 로봇이다. 이를 구현하려면 강력한 하드웨어도 있어야 하고 오늘 발표한 NIM(여러 마이크로한 AI 서비스를 모아 하나의 레고 블록처럼 붙인 엔비디아의 서비스) 서비스들까지 엮어야 한다”며 “하드웨어와 서비스가 모두 합쳐진 로봇을 미래 방향성으로 제시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무주공산 AI 로봇, 선점 나선 글로벌 빅테크=휴머노이드 로봇에 필요한 기술 수준이 빠르게 향상되면서 시장 선점을 위한 글로벌 빅테크들의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이 분야의 선두 기업으로 꼽히는 테슬라는 2022년 휴머노이드 ‘옵티머스’를 공개한 이후 이전보다 10㎏ 가볍고 보행속도가 30% 빨라진 2세대 모델까지 발표했다. 테슬라는 3년 안에 이 로봇을 공장 부품 운반에 도입하고 5년 안에 2만 달러 이하로 대량생산한다는 계획이다.

어질리티로보틱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디짓’을 아마존 물류센터에 투입했다. 디짓은 구석에 있는 물건을 집어서 제 위치로 옮기는 일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회사인 보스턴다이내믹스도 최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선보였다. 이 로봇은 물건의 모양을 감지해 두 손으로 집어들 수 있다. 1년 전 집게손가락 수준에서 현재는 두 개의 관절을 갖춘 손가락 세 개를 움직이는 수준으로 진화했다.



중국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휴머노이드 개발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2025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을 대량생산하고 2027년에는 최고 수준을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뒤처지는 K로봇…"대기업 적극 뛰어들어야"=앞서가는 미국과 빠르게 추격하는 중국과 달리 국내 휴머노이드 로봇 투자는 미미한 수준이다. 투자의 갭이 벌어지면서 오히려 산업용 로봇과 달리 AI 로봇에서는 뒤처지는 모양새다. 한재권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피규어AI 등 당장 돈이 안 되는 휴머노이드라도 민관에서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며 “사실 로봇 기술에서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던 우리나라가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기술 격차가 커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국내 로봇 산업은 산업용 로봇이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삼성전자가 투자한 레인보우로보틱스가 휴보2를 내놓았지만 미국과 중국 기업만큼의 성장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그나마 현대자동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에 투자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나서고 있다. 한화·두산·HD현대 등 대기업 산하 로봇 기업들 역시 아직은 협동로봇에 집중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 교수는 “국내 휴머노이드 관련 가장 큰 문제는 연구가 끊긴 것”이라며 “국내 AI 기술이 뒤처진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정부와 투자자들의 적극적 협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달 기지 짓고 위성 수리…대테러戰서도 인간 대체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이 최종 테스트 중인 로봇 ‘발키리’는 나사 하면 떠오르는 바퀴 달린 탐사 로봇이 아니다. 키 189㎝, 무게 136㎏의 휴머노이드 로봇이다. 2030년 유인 달 기지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는 나사는 인간 대신 발키리가 극한의 우주 환경에서 건설 등 각종 작업을 대신 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봇의 영역은 산업과 서비스 현장으로 국한되지 않고 항공·우주까지 확장되고 있다. 최근 국방 분야에서도 로봇 활용도가 높아지는 등 로봇의 영토는 갈수록 넓어지고 있다.

항공·우주 업계는 로봇을 인공위성과 우주왕복선 등 기체를 수리하거나 조립하는 작업에 투입하고 있다. 특히 팔과 다리에 인간과 비슷하게 관절을 보유한 휴머노이드는 작업의 정교함을 크게 높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우주로봇에도 인공지능(AI)과 클라우드컴퓨팅 기술을 통합하는 시도가 계속 늘고 있다”고 전했다. 세계 항공·우주 로봇 시장의 규모는 2022년 31억 달러(약 4조 1500억 원)에서 2028년 57억 달러(약 7조 6300억 원)로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휴머노이드 ‘발키리’. 사진제공=나사


국방 역시 무인 스마트화 바람을 타고 로봇 적용이 빠른 속도로 늘고 있는 분야다. 가장 널리 알려진 군용 로봇은 이른바 ‘로봇 개’로 불리는 다족 보행 로봇이다. 로봇 개는 평시는 물론 전시에 두루 걸쳐 감시용이나 대테러 작전용 등 다양한 방면에서 활용될 수 있다. 방위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쟁이 화학·생물학전이나 핵 물질이 투입되는 등 위험성이 극도로 높아짐에 따라 로봇으로 대체하려는 움직임이 많다”고 설명했다. 2020년 145억 달러(약 20조 원)였던 글로벌 국방 로봇 시장은 매년 10% 넘게 성장해 내년 242억 달러(약 32조 4000억 원)로 불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현대로템이 협동로봇 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와 공동으로 대테러 작전용 다족 보행 로봇을 연구개발하고 있고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 미국의 로봇 개발사 고스트로보틱스의 지분 60%를 인수하며 군용 로봇 시장으로의 진출을 공식화했다.

다만 군용 로봇이 ‘킬러 로봇’으로 전장에 배치돼 살상에 동원되면 윤리적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군용 로봇이 오작동으로 인명을 희생시킬 가능성도 있다. 방산 관계자는 “인권과 윤리적인 고민과 검토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로봇기업 99%가 중기…"R&D·자금 지원 절실"


전통 제조업에 주로 쓰였던 로봇이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서비스·의료·방산·우주까지 광범위하게 활용되자 미국과 일본·중국 등 주요국들이 로봇 산업에 대한 전략적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로봇 기업의 99%가 매출 10억 원 이하의 중소기업에 그치면서 핵심 기술 확보에 뒤처지고 있다. 업체들은 자금 지원부터 사업화 지원까지 다각적인 정부의 육성책이 절실하다는 입장이다.

19일 한국로봇산업협회가 국내 로봇 제조·서비스 기업 2509개사를 대상으로 진행한 ‘로봇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업체들은 정부 지원이 필요한 애로 사항으로 저리자금 지원(54.3%)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연구개발 지원 확대(20.5%), 채용 장려금 지원(7.4%), 업체 간 연계(6.8%) 등이 뒤따랐다.

국내는 로봇 산업 부품 국산화율이 44%에 그치고 전기·전자나 자동차 업종 등에 제한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서비스 로봇 시장 규모는 제조 로봇의 3분의 1로 이마저도 절반이 넘는 53%가 중국산으로 나타났다.

경남 창원시 LG전자 스마트파크에서 로봇 팔이 냉장고 문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 제공=LG전자


업체들은 기술 개발과 생산 설비 확충을 통해 자급률을 높여야 하지만 자금 조달에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업체들은 기술 개발에서 가장 큰 어려움으로 ‘초기 투자 비용의 부담(33.6%)’을 꼽기도 했다. 로봇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전문 서비스용 로봇의 경우 제조용 로봇보다 기술 개발에 들어가는 비용이 훨씬 크다”며 “중국산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 연구개발 사업도 늘려야 한다고 요구했다. 로봇산업 실태조사를 보면 로봇 업체의 18.5%인 450개사가 로봇 산업 연구개발 실적을 보유하고 있는데 이 중 자체 연구개발 실적(1253억 원)이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자체 연구개발과 함께 정부 지원 연구개발이 더 많아져야 자금 상황에 얽매이지 않고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로봇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국내 로봇 업체들의 규모가 작은 만큼 기술 개발부터 판로 개척까지 전방위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K로봇의 근간이 될 중소업체부터 파이를 키울 수 있는 대기업 지원까지 정부의 뒷받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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