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이 자사주를 소각하면 법인세 감면 혜택을 받게 될 전망입니다. 또 배당소득을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에 합산하는 대신 원천세율(지방세 포함 15.4%)로 저율 과세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기업 밸류업 지원 방안’에 법인세와 배당소득세 경감을 정부가 공식화하면서 시장은 다시 기대감이 한층 커졌습니다. 관련 세제 지원은 정부가 연초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을 시사한 이후 시장에서 줄곧 요청해왔던 대책이었습니다. 정부가 시장의 요구에 응한 만큼 현재 업계와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세제지원 틀 안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달 발표된 1차 지원 방안에는 세제관련 구체적인 대책이 제외돼 ‘알맹이 없는 지원책’이라는 혹평을 자초한 만큼 정부는 세제지원을 확실히 해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겠다는 계산도 있습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밸류업 전문가 간담회에서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중장기 시계에서 꾸준히 추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최 부총리는 “정부는 일관된 의지를 가지고 관련 제도를 지속적으로 보완·발전 시키겠다”며 지속적인 지원방안을 내놓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배당소득세 부담 경감…실효성 있는 방안 시뮬레이션
그간 배당소득세는 밸류업 발목을 잡은 것으로 지목됐습니다. 대주주의 경우 배당금에 대해 최고 세율인 49.5%를 내야 하는 형편입니다. 즉 대주주 입장에선 높은 세금을 부담하면서 배당을 늘리기보다 여윳돈을 사내에 유보해 훗날 투자 재원으로 쓰는 게 합리적이라고 판단할 수 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코리아디스카운트의 원인이었던 셈입니다.
실제 현행 세법상 국내 주식투자자들이 배당을 받을 경우 배당소득과 이자소득을 합친 금융소득이 연간 2000만 원 이하면 15.4%의 소득세를 내야 합니다. 만약 10만 원을 배당금으로 받으면 8만 4600원이 통장에 들어오는 겁니다. 하지만 배당소득이 2000만 원을 넘으면 금융소득종합과세자로 구별되면서 과세 방법이 달라집니다. 즉 이자·배당소득세가 2000만 원을 넘는다면 초과분에 대해 종합과세를 하게 됩니다. 이 경우에는 금융소득과 더불어 근로·사업 소득을 합산해 구간별 누진세율(6.6~49.5%·지방세 포함)이 적용되고 이처럼 최고 50%에 달하는 세율로 인해 대주주를 비롯한 기업들은 배당을 늘리는 것을 꺼리고 있다는 얘기입니다.
이런 점을 감안해 최 부총리도 “배당 확대 기업주주에 대해 높은 배당소득세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강조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배당소득세 경감 방식은 배당소득에 대한 분리과세를 추진하겠다는 의미로도 보입니다. 분리과세가 도입되면 금융소득종합과세(최고세율 45%)에 합산되지 않고 원천세율(14%, 지방세 포함 15.4%)로 저율과세되게 됩니다. 다만 기재부는 세액공제와 소득공제, 분리과세 방식을 다 열어두고 실효성있는 방안으로 확정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놓은 상태입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배당에 대한 세금을 분리과세로 변경하는 조치만으로도 충분히 기업과 투자자에게 모두 투자의 유인책을 주는 효과를 일으킬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
구체적인 세율·기준없어 한계…상속·증여세 관련 부분도 빠져
다만 기재부는 △법인세 또는 배당소득세 감면 방식 △감면 규모 △지원 대상 기업 등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지 않아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당장 주주환원의 증감에 대한 기준 확립이 필요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간 주주환원이 많았던 기업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처지에 놓일 수도 있어서입니다. 기대를 모았던 상속·증여세도 뚜렷한 방안이 제시되지 않았습니다. 기재부 관계자는 “합리적인 방안 마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사회적 공감대가 우선돼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황 선임연구위원도 “정부의지가 한 단계 더 구체화됐다고 볼 수 있지만 세율과 적용대상 및 시점 등을 구체화해야 실효성이 있는지 따져볼 수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특히 해당 세제지원 방안은 모두 법개정 사안으로, 추후 야당 설득에 적지 않은 공을 들여야 하는 형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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