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총선을 10여 일 앞두고 중도층 표심을 사로잡기 위해 ‘저출생 대응 정책의 소득 기준 폐지’를 공약으로 내놓았다. 특히 ‘세 자녀 이상 가구의 모든 자녀 대학 등록금 면제’ 등 파격적인 저출생 패키지 지원책까지 선보이며 진보 진영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복지 프레임 선점에 나섰다. 반면 ‘전 국민 1인당 민생지원금 25만 원 지급’을 제안한 더불어민주당을 향해서는 “현금 살포 포퓰리즘”이라며 비판의 칼날을 세웠다.
국민의힘 격차해소특별위원회는 25일 저출생 해소를 위한 5개 지원책을 담은 ‘신혼·다자녀 지원 차별 없이 든든하게’ 공약을 발표했다. 앞서 공약개발본부가 내놓은 인구 소멸 관련 1·2호 공약에 이은 추가 대책이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성동구 한양대에서 현장 중앙선거대책위원회의을 열고 “서울의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55명으로 전국의 0.72명과 비교해서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한 만큼 더 절실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저출생 추가 공약 발표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발표된 정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세 자녀 이상 가구의 모든 자녀 대학 등록금을 ‘전액 면제’한다는 내용이다. 한 위원장은 “우선 세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한 모든 자녀의 대학 등록금을 면제하고 두 자녀 이상 가구에 대해서도 단계적 확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저출생 정책의 소득 기준을 폐지하기로 했다. △예비·신혼부부, 출산 가구에 대한 정부 주거 지원 △난임 지원 △아이돌봄서비스 국가 지원 등 각종 저출생 정책에 소득 기준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또 다자녀 혜택 기준을 ‘세 자녀’에서 ‘두 자녀’로 바꿔 전기요금·도시가스요금·지역난방비 감면, 대중교통요금·농산물 할인, 친환경 차량 구입 보조금 지원 등의 적용 대상을 확대했다. 한 위원장은 “결혼·출산·양육 관련 정부 지원이 소득 기준 탓에 맞벌이 부부가 배제되거나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 결혼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맞벌이 부부라고 차별하는 것은 바람직한 정책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정치권 안팎에서는 ‘급조한 공약’이라는 시선이 적지 않다. 이날 발표한 지원안 중 연말정산 인적공제를 뺀 나머지 대책은 당의 총선 공약집에도 빠져 있기 때문이다. 구체적 재원 마련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홍석철 격차해소특위 위원장은 “(세 자녀 등록금 면제와 관련한) 재원을 추계한 결과 34만 명을 대상으로 1조 4500억 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면서도 “등록금 지원책을 제외한 나머지 저출생 대책의 경우 실제 혜택 규모 등 구체적 예측이 쉽지 않은 만큼 2조 원 내에서 할 수 있지 않을까”라며 두루뭉술한 대답을 내놓았다.
한 위원장은 이날 민주당의 복지 정책인 ‘1인당 25만 원 민생회복지원금’ 공약에 대해서는 견제구를 날렸다. 그는 “돈을 풀면 물가가 오를 것 같나, 내릴 것 같나. 아주 단순한 계산 아닌가”라며 “(민주당의 공약은) 물가로 인한 고통을 해소하기 위해 오히려 물가를 상승시킨다? 그건 책임 있는 정치가 내놓을 수 있는 대책이라고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대책은 소득 기준이라는 한계 때문에 실제로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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