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은 미국 기업들이 실적 발표 후 주가가 하락하는 사태가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시장 예상치를 뛰어 넘는 기업 실적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와 수요 둔화 등 '중국 리스크'에 불안감을 느낀 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선 탓이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중국 경제가 곧 저점을 통과하여 경기 회복에 들어설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됐다.
21일(현지시간) 나이키는 2024년 회계연도 3분기(12~2월)에 매출액 124억 3000만 달러(약 17조 원)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조사기관 LSEG가 집계한 매출액 전망치 122억 8000만 달러를 웃도는 수치다. 하지만 이날 나이키의 주가는 반대로 움직였다. 중국에서의 매출 전망이 좋지 않다는 이유에서였다. CNBC는 “팬데믹 이후 중국에서 수요가 정상화하면서 성장이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나이키 주가는 올 들어 13.55% 하락하며 좀처럼 상승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전체 매출액 중 5분의 1이 중국에서 발생하는 애플도 중국 리스크를 피하지 못했다. 애플은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403억 7300만 달러(약 54조 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다른 지역권과는 달리 중화권 매출액만 전년 동기 대비 13%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며 주가 하락을 맞이했다. 애플은 연초 대비 주가가 10.52% 빠지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의 약 25%를 중국에서 벌어 들였던 테슬라 역시 주가가 연일 하락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미국의 투자 전문지 ‘인베스터 비즈니스 데일리’가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테슬라는 약 3개월 만에 31.25% 폭락하며 올해 주가 하락율 1위를 기록했다. 미·중 간 신경전에 끼이며 중국 정부 기관서 퇴출 위기에 놓인 인텔 또한 마찬가지다. 인텔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만 15.28% 하락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앞으로의 중국 경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내 생산, 소비, 유동성 지표가 모두 중국 경제 회복을 가리키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원석 신한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1~2월 합산 실물지표가 생산과 투자를 중심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 바닥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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