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축은행이 보유한 부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의 공매 최저 입찰 가격이 단계적으로 30%까지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공매가를 시세보다 높게 매겨 유찰시키는 방식으로 부실 사업장 정리를 지연시키는 관행이 줄어들고 공매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26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저축은행중앙회는 이 같은 내용의 PF 사업장 공매 관련 표준 규정 개정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중앙회의 표준 규정은 전국 79개 저축은행에 적용되는 업무 가이드라인이다. 중앙회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금융 당국과 중앙회가 관련 내용을 협의하고 있으며 조만간 개정을 마무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번 개정 작업의 핵심은 PF 대출 원금에서 사업장 연체에 따라 쌓은 충당금을 제외한 금액을 최저 입찰가에 반영하는 방안이다. 일부 저축은행들이 공매 최저 입찰가를 대출 원금 수준으로 정하다 보니 시세보다 높은 경우도 있어 공매가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 예를 들어 토지 가격 130억 원인 사업장에 100억 원 대출을 내줬을 경우 최저 입찰가를 100억 원으로 책정하는 경우가 있다. 시장의 매수 희망 가격은 대출 원금보다 낮지만 손실을 보지 않기 위해 대출 원금을 최저 입찰가로 정하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부 저축은행이 부동산 경기가 언젠가 반등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에 시세보다 높은 가격을 불러 공매를 고의로 지연시키고 있다”면서 “당국 눈치에 공매 절차를 밟는 시늉만 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앙회는 PF 사업 최저 입찰가에 저축은행이 쌓은 충당금을 반영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 경우 최저 입찰가가 점진적으로 조정돼 최대 30%까지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상호저축은행 감독 규정에 따라 저축은행은 연체 사업장에 대해 자산 가격의 30%를 충당금으로 쌓아두고 있기 때문이다. 대출 원금 100억 원 규모의 PF를 공매할 때 기존에는 최저 입찰가를 100억 원으로 정했다면 앞으로는 충당금 30억 원을 제외한 70억 원 수준까지 가격을 내려야 할 수 있다. 조정된 가격으로 최저 입찰가가 정해지면 거래가 활성화돼 토지 가격에 낀 거품도 다소 꺼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논의에 관여한 한 인사는 “최저 입찰가를 단번에 30% 내리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공매가 번번이 무산되는 경우 충당금 적립 수준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입찰가를 낮추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매 최저 입찰가가 낮아지더라도 저축은행이 추가 부담하는 손실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저축은행이 쌓아둔 충당금은 이미 장부상 손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출 원금에 거래가 이뤄진다면 원금은 물론 충당금 환입으로 인한 수익까지 기대할 수 있겠지만 충당금만큼 가격을 낮춰 팔더라도 손실을 이미 반영했기 때문에 실적에는 영향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PF 위기 속에서 금융사가 손실을 감내하기는커녕 수익까지 내는 일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개정안이 도입되더라도 저축은행 실적이 지금보다 나빠질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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