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별세한 고(故)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차 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그룹 총수를 포함한 재계의 조문 행렬이 이어졌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진표 국회의장 등 정계 주요 인사를 비롯해 범효성가 사돈인 이명박 전 대통령도 빈소를 찾았다.
조문 첫날인 30일 빈소가 마련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는 오전부터 유가족과 효성 임직원들이 검은 상복을 입고 조문 준비에 부산했다. 빈소에는 윤석열 대통령 명의의 조화를 포함해 각지에서 온 조화가 속속 도착했다. 조 명예회장이 1987년 수훈한 금탑산업훈장도 빈소에 놓여 ‘한국 섬유산업의 선구자’였던 고인의 발자취를 기렸다.
첫날 조문이 시작되자마자 각계의 애도 행렬이 이어졌다. 이 회장은 재계 총수로는 처음으로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어머니인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과 함께 도착한 이 부회장은 30분 동안 빈소에 머물며 상주인 조현준 효성 회장 등 유족을 위로했다. 1968년생 동갑내기인 이 회장과 조 회장은 일본 게이오대에서 동문수학한 막역한 사이로 알려졌다. 홍 전 관장은 경기여고, 서울대 미대 1년 선배인 고인의 아내 송광자 여사를 위로하기 위해 2시간 40분 동안 빈소에 머무는 등 각별한 애정을 나타내기도 했다. 이 회장의 동생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도 남편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과 함께 조문을 왔다.
현대가에서는 정 회장과 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 정기선 HD현대 부회장이 각각 조문 첫날과 이튿날 장례식장을 방문했다. 정 회장은 “(조 명예회장은) 아주 좋은 분이셨다”며 고인을 기렸고 정 이사장도 “재계 원로로서 큰 역할을 하셨다”면서 애도의 뜻을 표했다.
조 명예회장과 함께 활동했던 재계 원로들의 발걸음도 이어졌다. 이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현 한국경제인협회) 회장으로 재계를 이끌었던 고인을 떠올렸다. “전경련 회장 후임으로서 많이 배웠다”(허창수 GS 명예회장), “지금처럼 재계 인식이 부정적일 때 더 오래 계셔주셔야 했다”(손길승 SK텔레콤 명예회장)는 소회와 안타까움이 묻어났다. 한경협을 이끌고 있는 류진 풍산그룹 회장도 조문 행렬에 동참했다.
조 명예회장의 동생 조양래 한국앤컴퍼니 명예회장은 건강에 대한 우려와 달리 아들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과 빈소를 찾았다.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최창원 SK그룹 부회장, 장재훈 현대차 사장 등 각 그룹 오너가와 최고경영자(CEO)들이 조문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부사장 등 3세 경영인들도 잇따라 빈소를 방문에 고인을 기렸다. 중기중앙회는 “조 명예회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에 앞장 섰다”는 논평을 냈다.
정부 인사로는 한 총리가 가장 먼저 빈소를 찾아 “조 명예회장은 존경하는 기업인이었다”며 “한미 간에 우호 관계를 맺는 데도 많이 기여했다”고 추모했다. 국회 주요 인사로는 김 의장이 빈소를 방문했고 이관섭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 등 대통령실 관계자들도 조문을 위해 장례식장을 찾았다. 김 의장은 노무현 정부에서 경제 부총리를 지낼 당시 조 명예회장이 한미재계회의 의장이었다면서 “그때 우리 경제가 참 어려웠는데 미국이나 일본 경제계와 잘 소통할 수 있는 역량이 있었던 분이라 많이 도와주셨다”고 회고했다.
이른바 효성 ‘형제의 난’을 일으킨 조현문 전 부사장은 조문 첫날 장례식장에 모습을 나타내 5분가량 머물렀다. 침통한 표정으로 울먹이며 빈소를 찾은 그는 ‘가족과 무슨 이야기를 나눴나’는 질문에 아무 말 없이 장례식장을 떠났다.
조 명예회장의 사돈인 이명박 전 대통령은 “제 재임 시절 기업들 투자를 일으키고 많은 일을 하셨다”며 고인을 회고했다. 이 밖에 ‘코리안 특급’ 박찬호, 가수 싸이, 방송인 강호동 등 스포츠계와 연예계에서도 추모의 발길이 이어졌다.
장례는 효성그룹장으로 4월 2일까지 5일 동안 치러진다. 이홍구 전 국무총리가 명예장례위원장을, 이상운 효성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는다. 영결식은 2일 오전 8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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