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구리를 슬쩍 찌른다’라는 뜻의 넛지(nudge)는 강요가 아닌 유연한 개입으로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을 말한다. 리처드 세일러와 캐스 선스타인이 함께 쓴 동명의 책에 소개되며 널리 알려진 용어다. 친목 모임이나 단체 행사 등에서 어떤 문제를 두고 참석한 사람들이 서로의 의견을 나눌 때 옆 사람이 본인의 생각을 권유하면서 슬쩍 내 옆구리를 찌른 경험이 적어도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선택을 유도하는 방법을 ‘넛지 효과’라고 한다.
넛지 효과는 긍정적인 측면과 함께 부정적인 해석도 존재한다. 비록 강요는 아니지만 상대방의 의지가 개입돼 선택의 ‘자유’가 침해받을 수 있다는 우려다. 어떤 선택을 할 때는 자유로운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자유로운 선택을 보장하는 환경을 만드는 일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시해야 하는 일이다.
누구나 한 표를 평등하게 행사하는 현재의 선거 형태는 18세기 프랑스혁명 후 공화국 탄생과 함께 시작됐다. 프랑스혁명으로 왕정이 무너진 후 지도자를 뽑는 방법으로 선거가 도입된 것이다. 고대 그리스의 제비뽑기를 선거의 시초로 보는 견해도 있지만 현대의 선거와 유사한 방법을 선택한 것은 18세기 이후라고 할 수 있겠다. 일정 연령만 지나면 한 표를 행사하는 ‘보통선거’가 도입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선거제도를 도입한 미국이나 유럽의 많은 나라는 부유한 백인 남성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했다. 미국은 1870년이 돼서야 흑인 남성도 투표할 수 있도록 했고 여성은 그보다 50년이 지난 1920년이 돼서야 투표권을 갖게 됐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인 1948년 국회의원 선거부터 국민 참여형 선거가 시작됐다. 국민이 대통령과 국회의원·지방자치단체장·지방의회의원을 직접 선출한다.
불과 열흘 후면 국민의 대표를 뽑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치러진다. 선거 때가 되면 선거 사무를 총괄하는 선거관리위원회와 행정안전부 등 관계 기관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하루를 보낸다. 우정사업본부 역시 선거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각 정당의 후보자 홍보물을 비롯해 투표안내문과 거소투표용지·사전투표용지 등 선거우편물을 신속·정확하게 배달하는 국가적 임무를 수행한다. 이에 따라 전국 우체국은 19일부터 선거가 종료되는 4월 10일까지를 ‘선거우편물 특별소통’ 기간으로 정하고 비상근무 체제에 돌입했다. 이 기간 중 중앙선관위와 행안부·경찰청·지방자치단체 등 관계 기관과 긴밀한 협조 체계를 구축해 투표안내문 약 2400만 통, 관외 사전투표용지 회송 우편물 약 260만 통 등 총 3260만여 통에 달하는 선거우편물을 완벽하게 소통할 계획이다. 국민의 소중한 뜻이 담긴 한 통, 한 통의 우편물을 정확히 접수·배달해 국가의 선거 사무를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독립운동가 도산 안창호 선생은 “참여하는 사람은 주인이요, 그렇지 않은 사람은 손님”이라고 했다. 모든 시민은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고 정치적 참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투표권을 가진 국민이라면 자유롭고 투명한 절차에 따라 국가를 운영할 공직자를 선출하는 투표 과정에 참여해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우리 모두 ‘민주주의 꽃’이라 불리는 선거에 참여해 우리나라 자유민주주의를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아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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