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일정이 하염없이 지연되고 있다. 우선 지난 3월 초 예비입찰 당시만 해도 6곳 이상이 응찰해 ‘예상 밖 흥행’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한 달 가까이 적격인수후보자(숏리스트) 선정 소식이 들리지 않고 있다. 인수 후보 업체 측에서는 ‘매각 의지가 없다’는 지적까지 나온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효성화학 특수가스사업부 매각 숏리스트가 예비입찰(3월 6일) 후 한 달 가까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통상 숏리스트는 예비입찰 후 1~2주 내에 선정되지만 이번에는 유독 늦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의 경우 지난 2월28일 예비입찰 한 주 뒤인 3월5일 숏리스트가 나왔고, 지난 2020년 효성캐피탈 매각 당시에도 예비입찰(7월10일) 2주 후에 숏리스트(7월24일)가 정해졌다.
숏리스트 선정 작업이 지연되면서 원인을 두고 업계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조석래 효성그룹 명예회장 별세로 총수 일가가 인수합병(M&A) 등 주요 의사결정에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우선 꼽힌다. 여기에 효성 재무본부의 업무 과부하도 지연 이유로 언급되고 있다. 17일 열리는 주주총회 준비에 매진하느라 예비입찰에서 제안서를 받고도 검토할 여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오는 6월 임시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할 ‘효성신설지주(가칭)’ 설립 작업이 겹치며 예비입찰 서류를 검토할 물리적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란 관측도 있다. 효성은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과 조현상 부회장이 ‘형제 공동 경영’을 끝내고 그룹을 나눠 경영하게 되면서 효성첨단소재 등 계열사 6사를 인적분할하기 위한 인허가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6월 임시 주주총회 승인 절차를 거쳐 7월1일자로 재편될 예정이다.
‘매각 의사가 없어 보인다’는 지적도 있다. 효성 측은 알짜 사업인 특수가스사업부 매각에 끝까지 반대했지만 주채권 은행인 산업은행의 권유에 못 이겨 49% 지분(경영권 미포함) 매각에 나섰다. 특수가스사업부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세정에 쓰이는 삼불화질소(NF3)를 생산하는 곳으로 생산량 기준 글로벌 점유율 3위 업체다. 투자안내서(IM)에서 내건 조건을 봐도 매각 의지가 떨어져보인다는 평가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투자자가 거래 구조와 조건, 대상을 제시하는 게 제한된 거래다”며 “소수지분 매각이 확정된 데다, 이사회 구성에서도 회사가 과반 이상을 지명하도록 해 지분 인수 후 투자자 의사가 제대로 반영될 수 없는 구조”라고 꼬집었다.
여기에 순차입금 1800억 원을 떠안고, 채권단과 협상 과정에서 효성화학의 채무를 연대 보증할 책임을 질 수 있는 점도 약점으로 꼽힌다. 석유화학 업계 불황에 지난해 말 기준 효성화학의 연결 기준 부채는 총 3조 537억 원까지 치솟았다. 특히 유동부채(1년 안에 갚아야 할 빚)가 2조 1474억 원으로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 6992억 원의 3.07배에 달한다. 자칫하면 현금 부족으로 채무불이행(디폴트) 위기에 내몰릴 수도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효성화학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4934.6%로 2021년(522.1%), 2022년(2631.8%) 등 3년 연속 급증하고 있다. 통상 부채비율이 200%를 넘으면 경영에 불안요소가 높아지고 300%면 금융비용이 순이익을 깎아먹는 상황이 발생한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간을 끌수록 상황은 효성 측에 불리하게 돌아간다”며 “효성도 이 점을 알고 완급 조절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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