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디스플레이의 중국 광저우 액정표시장치(LCD) 공장 매각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중국 업체 3곳을 대상으로 제한적경쟁입찰(옥션딜)로 진행해 상반기 내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2일 디스플레이 및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광저우 LCD 공장(GP1·GP2) 매각을 옥션딜 방식으로 결정하고 이달 말 입찰을 진행할 예정이다.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인 BOE와 2위 기업인 차이나스타(CSOT), 중국 TV 제조 업체 스카이워스 등 3곳이 쇼트리스트에 올랐다. 이들 중국 업체는 인수 자문사와 함께 최근 현지 실사 작업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1조 원 중·후반대 가격이 예상되나 업체 간 경쟁이 붙으면 매각가가 더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매각 측은 감가상각비가 큰 장치산업의 특성을 고려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이후 공장을 인수한 중국 업체의 기업결합 신고까지 연내 속도를 낼 방침이다. 업체들은 LG디스플레이의 프리미엄 LCD 기술에 대해서도 높게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LG디스플레이는 LCD 사업을 정리하고 유기발광다이오드(OLED)로 사업 모델을 전환하기 위해 그동안 마지막 남은 LCD TV 패널 생산 설비인 광저우 공장 매각을 추진해왔다. 국내 LCD TV 공장은 2022년 생산을 종료했다.
광저우 공장은 LG디스플레이와 광저우 개발구, 스카이워스가 70대20대10 비율로 합작 투자했다. 자본금은 2조 1300억 원가량이며 투자금은 약 4조 원에 달한다. 2014년 양산을 시작했고 월 최대 30만 장 생산이 가능하다. 현재는 월 12만 장(원장 유리 투입 기준) 수준으로 가동하고 있다. 55·65·86인치 등의 LCD TV를 주로 생산한다. 지난해 4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방문해 화제가 됐다.
LCD TV 시장은 중국 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을 대부분 차지하고 있다. 현지 업체들은 광저우 공장 인수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확대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새로운 LCD TV 시설투자(CAPEX) 확대가 없으므로 타사 사업장 인수가 용량 확보의 가장 빠른 방법이다. 예를 들어 BOE가 인수 시 LCD 점유율(면적 기준)은 2023년 27.2%에서 2025년 29.3%로 확대된다. 광저우 공장은 삼성전자·LG전자·소니를 비롯한 글로벌 상위 TV 제조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어 매력적인 매물로 꼽힌다.
중국의 대량생산에 따른 공급과잉으로 LCD 패널가가 하락하자 LG디스플레이는 2022년(-2조 850억 원)과 2023년(-2조 5102억 원) 모두 2조 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2022년 215.3%에서 2023년 307.7%로 악화됐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13조 3660억 원이다.
LG디스플레이 입장에서는 1조 원 중·후반대 가격에 매각이 성사되면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OLED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에 쓸 실탄을 확보하게 된다. 삼성디스플레이(3년간 4조 1000억 원)와 BOE(11조 4000억 원) 등 경쟁사와 달리 LG디스플레이는 적자로 인한 자금 조달 문제로 8.6세대 라인 투자 계획이 차일피일 미뤄진 채 6세대 중소형 OLED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 초 유상증자로 조달한 1조 2924억 원의 자금 중 4000억 원가량을 기존 6세대 투자 보완에 쓰기로 했다.
8.6세대는 TV와 모니터·태블릿PC 등 중대형 디스플레이에 특화한 규격이다. OLED를 만드는 유리 원장을 6세대(1500㎜X1850㎜)에서 8.6세대(2290㎜X2620㎜)로 키우면 단순 면적이 2배 이상 넓어져 면취율(패널을 잘랐을 때 가용 면적 비율)이 1.6배 이상 향상된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8.6세대 투자와 관련, “시장 전망과 재무 체력을 고려해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 업체 유비리서치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출시 예정인 애플 아이패드에 OLED 탑재가 결정되면서 올해 태블릿PC용 시장은 지난해 대비 6∼7배 성장이 예상된다. 향후 전망도 밝아 태블릿PC용 OLED 출하량은 올해 1200만 대에서 2028년 2840만 대로 연평균 24.1% 성장을 점쳤다. OLED 기업 입장에서는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상황인 셈이다. 김종배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OLED) 공장 건설에만 약 2년의 시간이 소요되고 테스트 등을 받으려면 2026년 초까지 투자 집행이 완료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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