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농산물 가격 안정을 위해 유통 업체에 지원한 예산이 제대로 쓰였는지 일제 점검을 추진하기로 했다. 3~4월에만 1000억 원대의 나랏돈이 지원됐는데 그만큼 가격이 떨어졌는지 보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과 가격이 급등한 틈을 노려 사재기가 있었는지도 살필 계획이다.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농림축산식품부 등이 꾸린 유통구조개선태스크포스(TF)는 조만간 납품 단가 지원 대상 품목의 할인율을 전수조사하는 방안을 포함해 대대적인 실태 조사를 벌이는 방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TF가 일제 점검을 추진하는 것은 납품 단가 지원 규모가 대폭 늘어난 데다 4월 이후 추가로 예산을 투입할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달 15일 농산물 납품 단가 지원을 통해 주요 농산물 가격을 낮추겠다며 지원 규모를 기존 204억 원에서 959억 원으로 4배 넘게 늘리고 지원 대상을 기존 13개에서 21개로, 품목별 지원 단가를 최대 2배 수준으로 상향한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사과(88.2%)와 배(87.8%) 가격 상승률이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3월 소비자물가지수가 나오자 “국민이 장바구니 물가 안정을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긴급 농축산물 가격 안정 자금을 무제한, 무기한으로 투입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당국 입장에서는 대규모 예산 투입에 앞서 지금까지의 효과를 검증할 필요성이 커진 셈이다.
TF는 또 유통 업체나 산지에서 사과 사재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는 않은지도 살필 예정이다. 사과는 물량 대부분을 민간에서 보관하고 있어 유통 업체를 비롯한 중간상인이 물량을 풀면 그 물량에 따라 시장가격이 결정되는데 이 경우 일부 유통 업체가 사과를 사재기하고 가격을 더 높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유통구조개선TF는 이 같은 실태 조사를 바탕으로 제도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물가 수준이 결코 낮지 않다”며 “농산물 온라인 도매시장 활성화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농축산물 유통 구조 개선 방안을 4월 중 발표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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