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사의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를 골자로 하는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게임산업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된 지 2주가 지난 가운데 표기 오류가 속출하고 있다. 게임사들은 ‘고의성은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이용자들은 ‘속았다’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5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웹젠(069080)은 최근 ‘뮤 아크엔젤’의 일부 아이템 확률 오류 사실을 공지했다. 예컨대 0.29%의 확률로 얻을 수 있다고 표기된 한 아이템은 사실 100회 이상을 시도해야 획득할 수 있었다. 즉 99회까지는 아이템을 얻을 수 있는 확률이 ‘0%’라는 것을 이용자들에게 알리지 않은 셈이다. 웹젠은 또 뮤 아크엔젤의 다른 아이템도 1회 이상 뽑기를 진행한 후 150회 사이에서 획득이 가능하다고 표기했으나 실제로는 70회 이상 뽑기를 진행한 후에야 얻을 수 있었다. 이용자들은 최초 시도 후 최소 69번이나 뽑기를 더 한 후에야 아이템을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웹젠은 이용자들에게 이와 같은 사실을 고지한 뒤 해당 아이템에 대한 환불 신청을 받고 별도의 아이템을 제공하는 등 보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게이머들의 분노는 가시지 않고 있다. 실제로 일부 이용자들은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에 뮤 아크엔젤의 확률 조작 의혹에 대해 조사를 요청했다.
확률 조작 의혹에 휩싸인 게임사는 웹젠만이 아니다. 위메이드(112040)도 ‘나이트 크로우’ 이용자들에게 “특정 확률형 아이템 1종에 대한 확률 정보가 실제 확률과 차이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공지했다. 문제가 된 아이템은 획득 확률이 1%로 표기돼 있었으나 실제 획득 확률은 0.32% 수준으로 약 3배 차이가 있었다.
그라비티가 서비스하는 ‘라그나로크’도 기존 공지와 실제 획득 확률이 다른 아이템이 100개 이상이었다. 일부 아이템은 획득 확률이 0.8%에서 0.1%로 수정됐다. 뽑기 확률이 최대 8배 부풀러진 것이다. 그라비티는 ‘의도적으로 조작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공정위는 해당 사건을 서울지방공정거래사무소에서 본부로 이관한 뒤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공정위는 그라비티의 잘못된 확률 공개로 인해 이용자들이 얼마나 피해를 봤는지와 고의성이 있었는지 등을 들여다 볼 방침이다.
이들 게임사는 모두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가 시행되기 전 자체 전수 조사를 진행하던 중에 오류를 공지했기 때문에 처벌 대상은 아니다. 다만 공정위가 조사에 착수한 후 문제가 발견되면 과징금 등 제재를 받을 수 있다. 한기정 공정위원장이 “기만행위 등 법 위반 혐의가 있다면 즉시 검토해 조사·제재할 것”이라고 강조한 만큼 제재 수위가 높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대통령까지 나서 확률형 아이템에 대해 이용자들의 권익 보호 강화를 강조한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일정한 수익성 감소를 감수하더라도 과감한 BM 혁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태 동양대 게임학부 교수는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이 너무 늦게 나와 혼란이 있었다”면서도 “매출 압박에 시달리는 게임사들이 양적 팽창에만 신경을 쓰다 보니 ‘확률 0%’라는 비윤리적인 아이템도 등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게임 산업이 움츠러들고 있는 상황에서 게임사들이 당장은 힘들더라도 과금 모델을 비롯해 BM 혁신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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