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주춤하는 글로벌 전기차 수요에 대응하기 위한 사업 전략을 마련했다.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량을 지난해 제시한 160만 대로 유지하고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확대와 저렴한 전기차 모델로 시장 공략에 나선다. 미래 핵심사업인 목적기반차(PBV) 판매를 본격화하며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끌어올릴 방침이다.
기아는 5일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 호텔에서 투자자와 애널리스트를 대상으로 ‘2024 CEO 인베스터 데이’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중장기 사업 전략과 재무 목표를 발표했다. 경기 침체와 업계 간 경쟁 심화, 전기차 수요 둔화 등 어려운 사업 여건 속에서도 유연한 대응책을 펴며 성장 기회를 마련한다는 목표를 분명히 했다.
기아는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 간 전기차 시장의 성장 속도가 줄어들 것으로 봤다. 지난해 12월 기준 기아의 올해 글로벌 전기차 수요 전망치는 1300만 5000대로 같은 해 7월 전망치보다 8% 줄었다. 내년(1800만 4000대)과 2026년(2300만 3000대)의 전기차 수요도 당초 예측했던 것보다 4%, 1% 각각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2030년은 앞선 예측치보다 1% 늘어난 4000만 9000대로 예상했다.
기아는 이러한 시장 상황을 고려해 전기차 판매 목표량을 더 늘리지 않기로 했다. 지난해 2030년 전기차 판매 목표치를 160만 대로 제시하며 전년 대비 33% 대폭 확대한 것과 달리 올해에는 해당 목표치를 유지한 것이다. 올해와 2027년 판매 목표량으로는 30만 7000대, 4000만 대로 각각 잡았다.
전기차의 대체제로 인기를 끄는 하이브리드차 라인업은 강화한다. 기아는 지난해 출시한 카니발 하이브리드차를 포함해 △2024년 6개 △2026년 8개 △2028년 9개 라인업을 구축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판매량은 올해 37만 2000대에서 2028년 80만 대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가격 부담을 낮춘 대중화 모델을 앞세운 전기차 시장 공략도 지속한다. 기아는 한국·북미·유럽 등 주요 시장에 EV3를 시작으로 EV2·4·5 등 총 6개의 전기차 대중화 모델을 운영할 예정이다. 인도 등 신흥시장에는 카렌스 EV 등 현지 특화모델 2개 차종을 새로 선보인다.
전기차 대중화 모델의 예상 판매량은 올해 13만 1000대에서 2026년 58만 7000대로 뛰어 전체 전기차 판매량의 66%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기대했다. 2027년까지 총 15개 차종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구축해 다양한 고객 수요를 흡수한다는 방침이다.
기아의 2030년 글로벌 판매 목표량은 지난해와 같은 430만 대다. 다만 친환경차 판매량은 올해 76만 1000대에서 2030년 248만 2000대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했다. 하이브리드차 라인업 확대와 전기차 대중화 모델에 힘입어 2030년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58%에 달할 것이란 설명이다. 지난해 내걸었던 55%보다 3%포인트 늘어난 것으로 친환경차 중심의 판매 구조로 전환한다는 의지를 담았다.
PBV 사업도 본격화한다. 기아는 내년 첫 중형 PBV인 PV5를 출시한다. PBV 라인업 가운데 가장 넓은 공간을 갖춘 대형 PBV인 PV7도 2027년 출시할 예정이다. 2030년에는 PV5 15만 대, PV7 10만 대 등 연간 25만 대 판매를 달성할 것으로 예측했다.
기아는 중국 브랜드가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높이고 있는 신흥 시장 공략에도 속도를 낸다. 아중동(아프라카·중동), 아태(아시아태평양), 중남미 지역까지 커넥티드카 서비스를 확대해 2026년까지 총 74개(현재 41개국) 국가에서 제공한다.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OTA) 적용 차종은 18종(현재 5종)으로 확대하고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ADAS) 장착률도 63% 이상(현재 42%)으로 올리며 상품 경쟁력을 강화한다.
중국 공장은 신흥시장용 생산 기지로 활용한다. 기아는 지난 2년의 준비 과정을 통해 신흥시장용 차량을 중국 공장에서 생산하는 체계를 완료했다. 이에 따라 2023년 8만 대에서 2027년 25만 대 수준까지 신흥 시장 판매를 증대하겠단 구상이다.
투자도 지속 확대한다.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계획한 투자액은 38조 원으로 기존 5개년(2023~2027년) 계획 대비 5조 원 늘렸다. 이 가운데 미래 사업에 15조 원을 투입해 성장 동력을 마련한다. 구체적으로 전동화(비중 65%), PBV(19%) 소프트웨어중심차(SDV) 전환(8%) 미래항공모빌리티(AAM)·로보틱스(5%) 등에 투자할 계획이다.
올해 재무 목표로는 매출액 101조 1000억 원, 영업이익 12조 원을 제시했다. 전년 실적보다 1.3%, 3.4% 증가한 금액이다. 영업이익률은 같은 기간 0.3%포인트 상승한 11.9%를 달성한다는 목표다.
송호성 기아 사장은 “기아는 2021년 ‘브랜드 리런치’ 이후 획기적인 전기차 라인업 구축, 고객 중심의 모빌리티 미래 제시 등 사업 전반의 다양한 변화를 진행해 왔다”며 “자동차 시장의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구체화된 중장기 전략을 실행함으로써 고객, 공동체, 더 나아가 글로벌 사회 및 환경에 기여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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