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빅테크들이 자체 개발한 대규모언어모델(LLM)을 바탕으로 생성형 인공지능(AI) 기술을 속속 선보이면서 전 세계 AI 시장에서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자본과 인력 등 물량 공세를 통해 이미 한국 AI 기업들과의 기술 격차를 벌려 나가고 있는 중국 빅테크들은 현존 최고의 AI 기업으로 평가되는 오픈AI마저도 바짝 추격하고 있는 모양새다. 향후 미중 AI 기술 패권 경쟁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존재감을 키우기 위한 특단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최근 중국에서는 약 200개가 넘는 LLM이 존재할 정도로 AI 기술 열풍이 거세게 불고 있다. 몇몇 기업은 중국어 기반 서비스에서는 이미 자신들이 오픈AI의 챗GPT를 넘어섰다고 주장하고 있을 정도다. 중국 최대 검색 기업인 바이두의 리옌훙 대표는 지난해 말 열린 한 포럼에서 “중국 내 LLM 개발 열풍으로 238개의 LLM이 출시됐다”고 밝힌 바 있다. 반면 한국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X’, KT ‘믿음’, LG ‘엑사원’, 업스테이지 ‘솔라’ 등 자체 개발한 LLM이 손꼽을 정도다.
특히 바이두·텐센트 등 중국 빅테크들이 개발한 LLM들의 경우 상용화를 눈앞에 두면서 수익 창출 기대감도 큰 상황이다. 가장 앞서 나가고 있는 곳은 바이두다. 바이두는 자체 개발한 ‘어니 4.0’을 필두로 전 세계 AI 시장 공략에 나섰다. 지난해 8월 어니 4.0 출시 당시 바이두 측은 “종합적인 수준은 챗GPT와 비교해 손색이 없을 정도”라고 밝히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어니 4.0은 지난해 12월 출시 4개월 만에 사용자 1억 명을 돌파하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나아가 올해 초에는 삼성전자와 협력을 통해 챗봇 서비스 ‘어니봇’을 중국 출시 갤럭시 S24 시리즈에 탑재하는 등 빠르게 사용자를 늘려나가고 있다. 특히 애플이 ‘아이폰16’ 시리즈부터 중국 출시 제품에 대해 어니 4.0 탑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전 세계 AI 시장에서 바이두의 영향력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텐센트는 지난해 하반기 1000억 개의 매개변수(파라미터) 가진 자체 LLM ‘훈위안’을 출시하면서 AI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텐센트 역시 수천 개의 단어로 긴 글을 쓰고 특정 수학 문제를 푸는 등의 부분에서는 “챗GPT보다 더 낫다”고 밝히며 오픈AI에 견제구를 날렸다. 텐센트는 훈위안을 기반으로 클라우드·회의·게임·핀테크 등 50개의 자체 서비스와 결합해 업무 효율을 크게 향상시켰다고 자평했다. 바이두·텐센트와 함께 중국 3대 빅테크인 알리바바도 자체 LLM ‘큐원’을 바탕으로 AI 시장 공략에 고삐를 죄고 있다. 중국 1위 스마트폰 제조사인 오포는 자체 LLM인 ‘안데스GPT’를 자사 스마트폰에 탑재하는 방식으로 AI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의 AI 기술 경쟁력은 이미 한국을 앞질렀고 갈수록 격차를 벌리고 있다. 정보통신기획평가원 ‘정보통신기술(ICT) 기술 수준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AI 기술 수준을 100%로 봤을 때 2018년 한국은 81.6%, 중국은 88.1%를 기록했으며 가장 최근 조사인 2022년에 한국은 88.9%를, 중국은 92.5%를 나타냈다. 또 중국 정부가 막강한 자본력을 활용해 AI 산업 진흥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의 격차는 더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AI+ 행동’이라는 새로운 산업 육성책을 제시하며 대대적인 정부 차원의 지원을 예고했다. 조성배 연세대 컴퓨터과학과 교수는 “전 세계 AI 시장에서 중국이 대규모 자원과 인력 등을 투입하면서 우리나라보다 앞서나가고 있는 모습”이라면서 “다만 AI도 여러 분야가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서 특화해 나가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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