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기업구조조정 촉진법(기촉법) 연장의 조건으로 내건 기업구조개선(워크아웃) 제도 개편 작업에 금융위원회가 본격 착수했다. 금융위는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접목하는 등 법원의 조정 기능을 활용한 새 워크아웃 체제를 제시한다는 목표다.
7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위 기업구조개선과는 최근 ‘기업 구조조정 제도 간 유기적 연계를 통한 발전 방안’이라는 정책 연구 용역을 발주했다. 이번 용역은 지난해 12월 워크아웃 제도의 근간이 되는 기촉법 재입법 과정에서 국회가 부대 의견으로 제시한 사항을 이행하기 위한 사업이다. 용역 결과는 올 하반기 나온다.
기촉법은 일시적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에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를 거쳐 만기 연장, 자금 지원 등을 제공하는 제도다. 기촉법은 2001년 한시법으로 제정된 뒤 여섯 차례의 재제정을 거쳐 유지되다가 지난해 10월 일몰된 바 있다. 이후 국회는 같은 해 12월 이를 2026년 말까지 3년 더 연장하는 개정안을 통과시키면서 부대 의견으로 내년 말까지 금융위가 워크아웃 제도의 발전적 개편 방안을 준비해 정무위원회에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기촉법이 극적으로 부활하면서 태영건설(009410)은 같은 달 곧바로 산업은행에 워크아웃을 신청했다.
금융위는 특히 이번 용역을 통해 현 워크아웃과 법정관리 제도를 절충한 새 정책 모델을 만드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여야가 기촉법 개정안을 통과시킬 당시 가장 중요하게 본 요건이 법원 권한 확대였기 때문이다. 법원은 그동안 채권기관협의회의 결론에 반대하는 금융 회사에 의결 사안 이행을 강제하는 워크아웃은 재산권 침해의 위헌 소지가 있다며 기촉법에 줄곧 반대했다. 현재는 많은 기업이 워크아웃을 먼저 신청한 뒤 채권단 75%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통합도산법)에 근거를 둔 법정관리로 넘어간다. 워크아웃에는 신속 지원과 국책은행을 통한 정부 개입이라는 특징이, 법정관리에는 법원 주도의 이해관계 조정이라는 특징이 있다. 금융위가 마련할 새 제도는 현 워크아웃 체제에 법원의 조정 기능을 일부 결합한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이번 용역에서 △국내외 워크아웃 제도 현황 △주요 쟁점 검토 △성공 요인 분석 △이해 관계자 인터뷰와 설문조사 △기업회생 등 사례 분석 △제도 간 연계 강화와 효과 제고 방안 △법원 역할 확대 방안 △기타 제도 개선 방안 등의 내용을 담기로 했다. 금융위는 용역 결과를 토대로 국회, 법원, 구조조정 이해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한 뒤 내년까지 최종 정책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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