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회계 위반 사건 처리 효율화를 위해 이르면 올 3분기부터 소액 과징금 사건을 정식 안건으로 다루지 않고 증권선물위원회 이전 단계에서 신속 처리하는 방안을 도입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는 또 중대한 회계 부정 사건이 아닌 경우 증선위 단계에서 과징금 액수까지 확정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하기로 했다.
8일 금융 당국에 따르면 금융위는 최근 회계 위반 제재 절차와 관련해 증선위 역할을 이 같은 방향으로 개편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도출된 결론은 이르면 3분기에 발표할 계획이다. 사안에 따라서는 주식회사 등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 개정 등 후속 절차도 뒤따를 예정이다.
당국은 우선 법원 소액 사건 재판처럼 회계 위반 규모가 크지 않은 소액 사건은 증선위 안건으로 상정하지 않고 증선위원장이나 증선위원 전결 등 다른 방법으로 처리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외부 감사 대상 기업만 4만 곳이 넘는데 증선위가 수십만 원짜리 회계 위반 사건까지 모두 살펴볼 수 없다는 취지에서다. 소송 목적의 값이 3000만 원 이하인 민사 사건은 일반 사건보다 가볍게 처리하는 법원의 절차를 모방한 제도이기도 하다.
당국은 또 사회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치지 않았거나 회계 위반 규모가 일정 금액에 못 미친 사건의 경우 증선위가 과징금까지 최종 확정해 사건을 종결하는 방안도 함께 모색하고 있다. 현 외감법에는 위임 규정이 없기 때문에 아무리 규모가 작은 사건이라도 과징금을 확정할 때 금융위 정례회의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은 과징금 규모가 5억 원 이하인 사건의 경우 금융위가 증선위에 위임할 수 있도록 한다.
금융위가 이 같이 제도 개편을 꾀하고 나선 것은 회계 부정 사건 처리와 관련한 비효율적인 행정 낭비를 줄여 주요 안건에만 조직 역량을 집중하기 위해서다. 회계 부정 제재 절차가 간소화되면 기업도 이를 기다리는 경영상 부담을 줄일 수 있다.
현행 회계 감리 제도에 따르면 당국은 고의나 중과실로 인한 회계 위반 사건이 발생하면 감리 단계로 전환해 회계 처리 기준 등의 준수 여부를 확인한다. 이후 혐의 사항이 발견되면 회사에 사전 조치를 통보하고 금융위 감리위원회 심의를 거쳐 증선위가 제재 수위를 의결한다. 구체적인 과징금 액수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최종 확정한다.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듯하지만 실제 증선위 제재안 대다수는 금융위 정례회의에서 번복되지 않는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에 대해 “증선위의 역할을 개편하는 데 모든 방향성을 열어두고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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