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대기업 공시제도 개편안이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경제단체의 분석이 나왔다.
한국경제인협회는 이같은 내용의 '공시제도 개선사항'을 공정위에 전달했다고 16일 밝혔다. 건의서의 주요 내용은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 공시 도입 반대 △공익법인의 계열사 주식 내부거래와 관련한 공시의무 완화 △기업집단 현황 공시 일정 개선 등이다.
한경협은 우선 RSU 공시 의무가 기업에 중복 공시 부담을 지우는 한편 공시 자체의 실효성도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 금융감독원은 기업들의 정기보고서(사업보고서, 반기·분기보고서)와 지분공시인의 '주식 등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통해 RSU 관련 사항을 기재하도록 의무화한 바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금감원과 공정위 양측에 동일한 내용을 중복 보고해야 하는 셈이다. 더구나 RSU는 그 특성상 기업의 실적이나 주가 변동에 따라 실제 지급되는 보상이 달라지기 때문에 유의미한 정보를 제공하기도 어렵다는 게 한경협 측 설명이다.
유정주 한경협 기업제도팀장은 "RSU 지급의 기준이 되는 경영실적 목표는 그 자체가 회사의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이를 공시하도록 의무화하면 경영권이 침해될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경협은 또한 계열사 간 대규모 내부거래 시 공익법인의 공시의무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제도도 수정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해당 제도에 따르면 동일 기업집단 소속 계열사 사이에서 100억원 이상의 내부거래가 발생하면 이사회 의결을 통해 이를 공시해야 한다. 만약 이미 공시한 사항 중 주요 내용을 변경하는 경우에도 이를 재의결하고 내용을 공시해야 한다.
예외적으로 단가·이자율 등 거래조건을 결정할 수 없는 거래는 공시의무가 면제되는데, 공익법인은 이러한 예외도 적용되지 않는다.
한경협은 이와 관련 공익법인이 국내 계열사 주식을 취득·매각한 후 주식 가치가 급격하게 변동한 경우에는 재공시 의무를 면제할 것을 건의했다.
한경협은 공시 관련 일정의 개선도 촉구했다. 공정위는 매년 5월 31일을 공시 입력 마감일로 규정했지만 매뉴얼을 5월 초순에 배포한다.
이에 따라 기업 실무자들이 매뉴얼을 숙지할 시간이 없어 오류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계속해서 제기됐고, 이에 따라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한경협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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