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2027년까지 빌트인 가전 사업 규모를 조 단위로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프리미엄 라인업에 볼륨존(중저가) 제품군까지 영역을 넓혀 유럽 기업간거래(B2B) 가전 시장에서 입지를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은 16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세계 최대 규모 디자인 전시회 ‘밀라노 디자인 위크’에서 “인공지능(AI) 기술력과 차별화된 제품력, 디자인을 앞세워 3년 내 글로벌 빌트인 가전 사업에서 매출 1조 원을 달성하겠다”고 말했다.
유럽의 빌트인 가전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212억 달러(약 29조 5422억 원)로 세계시장의 42%를 차지할 정도로 크다. 그러나 LG전자의 빌트인 가전 사업 매출은 5000억 원 수준에 그쳤다. 또 사업도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에 쏠려 있다. 각국마다 요구되는 가전 사양 등이 제각각인 데다 지역별 영업망이 필수적인 만큼 높은 진입 장벽을 아직 완전히 넘지는 못한 것이다.
류 사장은 “빌트인은 제품 못지않게 유통 개척과 영업에 많은 투자를 해야 해서 몇 년에 걸쳐 많은 준비를 해왔다”며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등을 중심으로 유통 채널을 개척해 올해 1000곳 이상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강조했다.
LG전자가 장전한 무기는 중저가 빌트인 라인업의 확대다. LG전자는 2018년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로 유럽 빌트인 시장에 진출하고 지난해 인스타뷰 오븐, 후드 일체형 인덕션 등 매스 프리미엄 제품군을 확충했다. 류 사장은 “초고가 라인업을 통해 프리미엄 이미지와 제품 경쟁력이 시장 내에 조성됐다”며 “이를 바탕으로 매스 쪽으로 내려가면 낙수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해 ‘투트랙 전략’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시장 반응은 좋은 편이다. 지난해 시그니처 키친 스위트의 매출은 전년 대비 2~3배 성장했고 올해 볼륨존 제품군의 유럽 시장 매출은 지난해 대비 140% 신장이 예상된다. 프리미엄 빌트인 시장은 한 번 진입에 성공하면 거래 규모가 크고 지속 기간도 길어 안정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다.
류 사장은 가장 강력한 경쟁자로는 중국의 하이얼을 꼽았다. 류 사장은 “과거 LG가 성공했던 방정식을 그대로 답습하면서도 디자인과 기술력의 약점을 빠른 속도로 극복하며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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