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이 18일 일본 도레이그룹과 탄소섬유 신소재 공동 개발에 협력하기로 한 것은 전기차와 수소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모빌리티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이다.
도로를 달리는 자동차나 하늘을 나는 비행기는 안전을 위해 강도를 유지하면서도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여야만 연비 효율을 높일 수 있다. 땅과 하늘을 아우르는 모빌리티 기업을 지향하는 현대차그룹으로서는 기존 철강보다 5배 가볍고 강도는 10배 이상인 ‘꿈의 소재’ 탄소섬유를 안정적으로 확보해야만 미래 모빌리티 시장의 주도권을 쥘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 면에서 도레이그룹은 최적의 파트너다. 도레이그룹은 탄소섬유복합재료, 전자정보재료, 수지케미칼 등 다양한 첨단 재료 분야에서 고부가가치 제품을 전 세계에 공급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에서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나타내고 있다. 시장조사 기관인 포춘비즈니스는 2032년 글로벌 탄소섬유 시장 규모가 70억 5000만 달러(9조 7000억 원)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는데 현재 도레이그룹이 시장의 40%를 장악하고 있다.
탄소섬유는 ‘슈퍼 섬유’ ‘꿈의 소재’로 불린다. 일반 철강 대비 무게는 가벼우면서도 강성은 높기 때문이다. 내열성도 좋아 수소의 저장·운반에 사용되는 고압 압력 용기의 겉면을 감싸는 용도로 사용된다. 특히 자동차 부문에서 안전성과 연비를 모두 향상시킬 수 있는 소재로 주목 받는다. 지금까지 BMW·람보르기니와 같은 일부 고급 자동차 모델의 성능 개선 목적으로 쓰였다면 최근에는 현대차그룹처럼 전기·수소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에 탄소섬유 소재를 적용하려는 움직임이 완성차 업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협력으로 경량화 소재인 탄소섬유 강화 플라스틱(CFRP)을 공동 개발해 미래 모빌리티의 성능 향상 및 안전성을 확보한다. 또 미래 모빌리티 상품에 신소재를 적극적으로 적용해 차별적인 제품 경쟁력을 선보이고 궁극적으로 모빌리티 산업의 혁신을 주도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탄소섬유가 적용될 구체적인 모빌리티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앞으로 출시할 고성능 전기차부터 적용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우수한 물성에 비해 아직 탄소섬유의 단가가 철강보단 4~5배가량 비싸기 때문에 일반 전기차에 적용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가격 저항이 낮은 고성능 전기차부터 적용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양 사의 협력 상황에 따라 중장기적으로 수소차와 UAM까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탄소섬유의 활용 범위는 최근 들어 더욱 확대되고 있다. 전 세계적인 환경 규제 강화와 미래 모빌리티 수요가 맞물리면서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고 전기차 항속거리를 늘리기 위해서는 탄소섬유와 같은 가벼운 소재를 사용하는 게 유리하다. 항공용 탄소섬유의 경우 UAM을 비롯한 미래항공교통(AAM) 기체 개발과 상용화로 빠른 성장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송창현 현대차그룹 AVP본부 사장은 “모빌리티 솔루션 분야에서 글로벌 리더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번 전략적 파트너십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며 “현대차그룹의 차량 기술 노하우와 도레이그룹의 소재 기술력을 결합해 글로벌 시장에서 퍼스트 무버로서의 경쟁력을 갖출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