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의 압승으로 끝난 4월 총선 결과가 30조 원 규모의 체코 원전 수출 등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직접 체코를 방문해 힘을 실어준 것과 달리 한국은 정치적 조력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1호 영업 사원’을 자처한 윤석열 대통령은 물론 한덕수 국무총리의 순방도 어려워져 오로지 기술력과 가격경쟁력만으로 수주를 따내야 할 상황을 맞았다.
18일 원전 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체코 두코바니·테믈린 신규 원전(최대 4기) 건설을 위한 수정 입찰 마감이 예정돼 있다. 체코 정부는 이르면 6월 중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프랑스전력공사(EDF)의 우세 속에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인정받은 한국수력원자력이 막판 뒤집기를 시도하고 있다. 원전 업계의 한 관계자는 “프랑스는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달 체코를 방문해 힘을 실어줬다”며 “한국은 최고위급 인사가 현지를 찾아 정치력을 발휘하기 어려운 상황인 만큼 불리한 조건에서 경쟁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관계 부처에 따르면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다음 주께 체코를 포함한 동유럽 순방길에 올라 원전 수주전을 이끌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튀르키예 등 다른 후보 국가도 원전 발주를 진행한다. 지난해 말 대형 원전 2기 건설 계획을 공식화한 남아공은 연내 신규 원전 사업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행할 예정이다. 튀르키예 역시 원전 2기 추가 건설을 위해 한국·러시아·중국과 논의를 진행 중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야당의 압승이 원전 수출 계획에 상당한 차질을 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국가 간 총력전이나 다름없는 수주전에 행정부는 무기력해졌고 야당은 힘을 빼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개호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앞서 “원전 역주행 정책을 반드시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 수출의 경제적 효과 등을 고려하면 여야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국전력경제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원전 1기를 수주하면 건설비로 50억 달러의 수입을 거둘 수 있다. 정동욱 중앙대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원전 수출은 건설 기술과 금융·외교 등이 모두 맞아떨어져야 가능한데 현재 국내 상황은 내분에 가까워 우려할 만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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