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중국인 단체 관광객(유커) 방한 허용으로 반짝 급등한 후 중국 경기 악화로 좀처럼 회복세를 보이지 못하던 화장품주가 간만에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꾸준히 증가세인 데다 중국 외 다른 국가로의 국내 화장품 수출이 늘어나면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전문가들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았던 화장품 섹터를 바라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며 저가 매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TIGER 화장품 상장지수펀드(ETF)’는 이달 19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13.88% 상승해 전체 주식형 ETF 수익률 5위를 기록했다. 수익률 1~10위까지 상위권에 오른 대다수가 인공지능(AI)과 반도체·금 관련 투자 상품인 가운데 소비재 관련 ETF로는 유일했다. 이날에는 반도체 관련주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ETF’에 이어 2위까지 올라섰다.
자금 유입도 증가세다. 해당 상품의 최근 6개월 순매수액은 50억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 한 달 동안에만 144억 원이 유입됐다.
화장품주는 지난해 8월 중국인의 한국행 단체 관광이 전면 허용되면서 한 달 동안 30% 이상 오르는 등 급등세를 보였지만 이후 올해 3월까지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였다. 중국 경기 악화로 수요가 불안정한 점이 주요인이었다. 당시 ‘TIGER 화장품 ETF’를 매수한 투자자라면 이제야 원금 수준으로 회복된 셈이다.
하지만 올 1분기 화장품 수출이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특히 비중국 지역 수출 비중이 커져 긍정적이다. 실제 이달 기준 국가별 수출액 비중은 중국이 22%로 가장 크고 미국이 21%로 바짝 추격 중이다. 전월 대비 증감률로 따지면 중국이 10% 증가한 데 반해 미국은 87% 급증했다. 일본과 베트남·홍콩 등 비중국 지역도 일제히 50% 내외의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에 북미 법인 수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코스맥스(192820)·씨앤씨인터내셔널(352480)은 19일 기준 최근 한 달 동안 각각 28.7%, 20.4% 급증했다.
금융투자 업계 전문가들은 오랜 기간 소외돼 있던 화장품 섹터에 조금씩 회복 신호가 나타나고 있는 데 주목했다. 오지우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화장품 수출액은 수출 지역 다변화와 K 인디 브랜드 성장 지속에 힘입어 연간 기준 최대 기록을 경신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소정 키움증권 연구원도 “최근 서구권을 중심으로 국내 화장품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북미 법인 수출 비중이 높거나 실적 성장이 두드러지는 기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