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 본입찰에 국내 1위 저비용항공사(LCC)인 제주항공이 불참했다. 자금력이 뒤쳐진다는 평가를 받던 에어프레미아는 국내 최대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MBKP SS)와 컨소시엄을 이루면서 다크호스로 부상했다. 이제 매각 측인 대한항공과 산업은행은 본입찰 서류를 넣은 LCC 3사 중 적정 매각가를 챙기면서도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의 승인 도장을 받아낼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25일 항공·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매각 주관사인 UBS가 이날 오후2시까지 진행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서 적격인수후보(쇼트리스트)로 선정된 에어인천, 이스타항공, 에어프레미아 3곳만 참여했다.
보수적으로 접근하던 제주항공은 끝내 본입찰에 불참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실사 결과 구속력있는 인수 제안을 준비하기에 한계가 있어 제안서를 내지 않았다”며 “차세대 항공기 구매와 호텔 등 자회사의 동반 성장에 집중하겠다”고 불참 사유를 밝혔다.
대한항공과 UBS는 이들이 제출한 최종 인수 희망 금액과 자금 마련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할 계획이다. 예비입찰이 시작될 당시만 해도 예상 매각가는 1조 1000억 원이 언급됐다. 그러나 두 달여 실사를 거치며 예상 매각가는 4000억~6000억 원 내외까지 떨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실사 결과 아시아나항공 화물 사업부의 자산 가치는 약 5500억 원으로 항공기 리스 부채(2500억 원)이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3곳 인수 후보 모두 예상 매각가 내에서 인수가를 써냈을 것이란 분석이 우세하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다크호스로 부상한 에어프레미아다. 에어프레미아는 본입찰 직전 국내 최대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스페셜 시튜에이션스·메리츠증권·룩셈부르크 화물 항공사 카고룩스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들은 국내 1위 PEF의 자금력과 인수 후보자 중 유일한 장거리 화물 사업 운영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에어프레미아는 MBK 손을 잡기 전만 해도 최대주주인 AP홀딩스를 이끄는 김정규 타이어뱅크 회장의 대주주 적격성 문제, 낮은 자금 조달 능력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단 평가가 우세했다.
최대 1조 5000억 원 규모 블라인드펀드를 조성 중인 이스타항공의 통 큰 베팅 가능성도 나온다. 이스타항공은 필요 시 우리은행, NH농협투자증권을 통해 인수금융을 조달할 가능성도 있다. 국내 유일 항공화물 전문사 에어인천은 선박엔진 부품 제조사 인화정공과 한국투자파트너스 프라이빗에쿼티(PE) 부문과 컨소시엄을 맺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인수금융을 담당한다.
우선협상대상자는 다음 달 결정된다. 통상 본입찰 마감 후 1~2주 내외면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지만 이번에는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승인을 받아야 해, 우협 선정까지 따져봐야할 요소가 많다. EC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을 조건부 승인하면서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와 경쟁을 만들 만한 투자자에게 매각하도록 했다. 매각 측은 적정 매각가와 EC 문턱을 넘을 곳을 우협으로 선정하는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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