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출생아와 사망자 수가 같은 기간 대비 각각 역대 최저와 최다 기록을 새로 썼습니다. 매번 월별 기준 출생아수가 최저기록을 갈아치우고는 있지만 이번엔 지난 43년 사이 최저·최다 기록이었습니다. 출생아보다 사망자가 많아 인구 감소는 52개월째 이어졌습니다.
올해는 청룡, 푸른 용의 해로 이른바 ‘길(吉)띠’로 꼽히는 해인데도 출생아가 늘기는 커녕 감소세가 멈추지 않는 형편입니다. 실제 2007년 정해년 황금돼지띠의 해에 매년 급감하던 출생아수가 반짝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통상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하면 올해는 1월(2만 1442명)을 제외하고 1년 내내 1만명대를 기록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돼지보다 못한 청룡’의 해가 예상되는 셈입니다.
인구 감소 '쇼크'…2월 출생아 최저·사망자 최다
24일 발표된 통계청 2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2월 태어난 아기가 2월 기준 역시 처음으로 2만 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설 연휴가 겹치면서 결혼 건수도 작년 같은 달보다 5% 감소했습니다. 지난 2월 출생아 수는 1만 9362명으로 작년 같은 달보다 658명(3.3%) 감소했습니다. 1981년 통계 작성 이래 2월 기준으로 2만 명을 하회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소치를 갈아치웠습니다. 2월 출생아 수는 2017년 3만 499명에서 이듬해 3만 명 선이 붕괴했고 지난해까지 6년 연속 2만명 대를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2월 출생아는 잠정치 발표 당시 1만 9939명이었지만, 지연 신고 등이 반영되면서 2만20명으로 수정됐습니다.
반면 올해 2월 사망자 수는 2만 9977명으로 1년 전보다 2619명(9.6%) 증가해 2월 기준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웃돌면서 지난 2월 인구는 1만 614명 자연감소했습니다. 인구는 2019년 11월부터 52개월째 줄었고, 자연감소 폭은 1만 명을 넘어 역대 2월 중 가장 컸습니다. 연초에 출생아 수가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들었던 공식도 깨지고 있습니다. 1월 겨우 2만 1000명대를 지킨 뒤 2월 2만 명대가 깨지면서 올해 출생아 수가 10만 명대로 내려 앉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까지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1월 2만 3230명, 2월 2만 20명, 3월 2만 1218명 등 3월까지 2만명대에 머물렀다가 4월부터 1만명대로 떨어져 전체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 대비 2만 명 감소한 바 있습니다. 역대 최저점을 찍은 지난해보다 출발점이 더 악화한 상황이라는 얘기입니다.
황금돼지·백호·흑룡…길띠해마다 출생아 반짝 상승
올해 출생아수는 사실 작년보다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갑진은 청룡(靑龍), 즉 푸른 용을 뜻하는 해로 청룡의 기운이 가파른 저출생을 좀 제어하지 않겠냐는 기대감이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실제로 이 같은 길띠의 해에는 출생아가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대표적인 해가 2007년 정해년 ‘황금돼지띠’로 매년 감소하던 출생아가 그해 49만7000명으로 상승했습니다. “600년 만에 한 번 오는 황금돼지해에 태어난 아이는 부자가 된다”는 속설이 출생아 수를 늘어나게 했던 겁니다.
비슷한 사례는 몇 차례 더 있었습니다. 2010년 ‘백호 띠’ 해 출생아 수는 47만 명으로 한 해 전 44만 5000 보다 다시 반짝 상승했고, 2012년 ‘흑룡띠’ 해도 출생아가 48만 5000명으로 2011년 47만 1000명보다 늘어났습니다. 청룡의 해로 같은 길띠인 올해 출산율도 반등에 기대를 했던 배경입니다.
혼인건수 2.9%증가…기대모았지만 ‘결혼=출생’개념 깨져
더구나 지난해 코로나19로 미뤘던 혼인 건수가 전년대비 2.9%늘어나면서 출생아수 반등을 전망하는 사례도 있었습니다. 당시 홍석철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상임위원은 "혼인 건수가 지난해 전년 대비 2.9% 늘어 올해 출생아 수가 25만 2000명으로 반등할 것”이란 예측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혼인 건수가 실제 2000건 늘어났고 길띠인 청룡의 해를 고려한 가족계획을 가질 만도 했는데 1, 2월 출생아 수를 보면 결혼-출생 관계가 꼭 들어 맞아 보이지 않습니다.
저출생 대책에 기성세대가 놓치고 있는 게 한 두가지가 아니겠지만 결혼만 하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벗어나는 일이 우선은 아닐까 싶습니다. 더구나 결혼해도 아이를 낳지 않는 세대만 있는 것도 아니고 가족이라는 개념 자체가 다종다양할 수 있으며 어떤 가족구조에서도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문제가 없는 사회환경과 의식이 먼저일 겁니다. 길띠의 해라고 출생률이 반짝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는 접어야 하는 시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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