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인상설’이 제기된 민수용(주택용, 일반용) 도시가스 요금이 또다시 동결됐습니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는 26일 “주택용, 일반용 도매 공급비용은 별도의 통보 전까지 현행요금을 적용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다음 달부터 도시가스 업무난방용(1.5%), 발전용(2.6%) 등이 줄줄이 오르는 데 반해 주택용은 메가줄(MJ)당 19.4395원의 도매요금이 당분간 유지되는 겁니다. 한국가스공사는 지난해 5월 MJ당 1.04원 인상 이후 줄곧 주택용 가스요금을 동결하고 있습니다.
공공요금인 도시가스 도매요금은 원료비(LNG도입가, 제세공과금, 부취제, 검정료)와 공급비용으로 구성됩니다. MJ당 각각 16.6667원(85.7%)과 2.7728원(14.3%)입니다. 주택용 기준 도매요금의 85% 이상을 차지하는 원료비는 국제유가·환율 같은 액화천연가스(LNG) 국내 도입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반영해 격월(매 홀수월) 산정, ±3%를 초과하는 변동이 있을 경우 조정합니다. 그러나 4월 총선을 앞두고 민심과 직결되는 민수용 원료비는 지난해 7·9·11월, 올해 1·3·5월 내리 여섯 차례 묶어 놨습니다. 가스공사의 천연가스 공급 규정에 따르면 국제유가 또는 환율 급등으로 경제 운용에 부담이 생기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가스공사에 원료비 연동제를 유보한다고 통보할 수 있지만 총선을 앞두고 정무적 이유로 남용됐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총괄원가에서 원료비를 제외한 공급비용은 연 1회(5월1일) 조정합니다. 도매요금 심의위원회 심의 및 기획재정부 장관 협의를 거쳐 산업부 장관이 승인하는 결정구조입니다. 일각에서는 4월 총선 이후로 미뤄둔 공공요금 정상화의 신호탄을 이번에 도시가스 공급비용 인상으로 쏘아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있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21일 “정부가 다음 달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단계적으로 10% 가량 인상하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온 지 불과 닷새 만입니다. 예상보다 빠른 민수용 가스요금 동결 선언은 인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더 커지기 전에 조기 차단하려는 목적으로 보입니다. 정부는 ‘물가 안정’을 최우선 목표로 범부처 차원에서 대응한다는 방침입니다.
가스요금 정상화가 지체되는 동안 가스공사의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가스공사의 민수용 도시가스 미수금은 2021년 말 2조 2000억 원에서 지난해 말 13조 7000억 원으로 급증했습니다. 미수금은 천연가스 수입 대금 중 판매 요금으로 회수하지 못한 금액입니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도 378.87%에서 482.68%로 증가했습니다. 성종화 이베스트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민수용 가격이 상업용 가격에 비해 MJ당 2원 정도 낮은 상태”라며 “미수금이 감소(회수) 국면으로 진입하기 위해선 MJ당 2원 이상 (가스요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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