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032640)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기자동차 충전 시장 진출을 위한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29일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을 위한 기업 결합을 승인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통신 인프라와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 노하우를 연계해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의 서비스 개선을 이뤄낸다는 계획이다.
공정위는 이날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해 설립하려는 합작법인에 대해 경쟁 제한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하고 기업결합을 승인했다. 합작 회사는 기존 LG유플러스의 충전 사업을 이관받아 시장에 진출하는데, 지난해 7월 기준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은 1.1%에 불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난해 월평균 중개 건수 기준 점유율은 17.84%로 4위에 그쳤다. 공정위 관계자는 “합작회사가 충전 시장에 진출해서 혁신 서비스 출시 및 가격 경쟁을 보다 촉진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앞서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해 6월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한 합작투자 계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합작법인 설립을 위해 약 250억 원씩 출자했으며 지분율은 각각 50%다. LG유플러스가 1000만 1주를 취득해 1000만 주를 취득한 카카오모빌리티보다 1주를 더 가져가는 구조다. 이에 따라 합작 법인은 LG유플러스의 연결 대상 종속회사에 포함된다.
합작법인의 최고경영자(CEO)로는 현준용 LG유플러스 EV충전사업단장(부사장)이 내정됐다. 현 부사장은 LG유플러스에서 전기차 충전소 검색·예약 플랫폼 ‘볼트업’ 사업을 이끄는 전기차 충전 관련 전문가다. LG유플러스의 전신인 LG텔레콤에서 뱅크온 사업부장(상무)을 담당했고, LG유플러스에서는 서비스개발실장(상무)과 융합서비스부문장(전무)를 거쳐 홈플랫폼추진단장을 역임했다. 기술 개발 실무를 총괄하는 최고기술책임자(CTO)는 박순영 카카오모빌리티 개발자가 맡아 공동 경영이 이뤄질 전망이다.
양사는 LG유플러스의 전국 통신망 구축 및 운영 역량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운영 노하우가 큰 시너지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했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자사 통신 사업 역량과 연계해 볼트업을 출시했으며 합작법인에도 해당 사업 조직이 소속을 옮겨 주도적으로 참여할 예정이다. 월간 활성 이용자(MAU)가 1200만 명에 이르는 카카오T를 통해 택시 호출, 대리운전, 주차 등의 서비스가 이뤄지는 것처럼 전기차 충전 서비스 접속이 가능하게 하고 마케팅과 연구개발(R&D)에서도 양사가 협업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LG유플러스의 볼트업과 카카오모빌리티의 통합형 모빌리티 서비스(MaaS) ‘카카오T’ 애플리케이션을 연동시키는 방식의 사업 연계가 이뤄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양사가 전기차 충전 사업을 위해 손잡은 데는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국내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는 2020년 6000억 원에서 2030년 6조 3000억 원으로 10배가량 성장할 전망이다. 올해 환경부는 전기차 공용 충전시설 설치 보조사업 예산을 지난해보다 42% 증액하고 충전기 대수는 기존 1.5배인 45만 대까지 늘리기로 했다. 이에 양사 외에도 SK(034730)와 현대자동차, 롯데, 한화(000880), GS(078930), 신세계(004170), 휴맥스(115160) 등 주요 대기업들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3년 내 국내 시장 3위권 사업자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관련 절차를 마치고 1~2개월 후 합작회사를 공식 설립할 예정”이라며 “양사가 각자 가진 장점을 활용해 전기차 충전기 구축 범위를 확대하는 한편 차별적인 고객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카카오모빌리티 관계자도 “제반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 전기차 충전 서비스 불편을 플랫폼 기술을 통해 해소하겠다”고 강조했다.
LG유플러스와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합작법인 설립에 앞서 2019년부터 협력 관계를 이어오고 있다. 자율주행과 스마트 교통, 내비게이션, 차량용 엔터테인먼트, 제휴 요금제 등에서 협업 중이다. 2022년 5월부터는 GS건설, 버티컬 에어로스페이스와 '도심항공교통(UAM) 퓨처팀'을 구성해 UAM 실증사업에 함께 참여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