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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교수 '주1회 휴진' 시작… 환자들 "앞으로가 더 걱정"


서울 시내 주요 대형 병원인 ‘빅5’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30일 외래 진료와 수술을 전면 중단하면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들의 불만과 우려가 쏟아졌다. 앞으로가 더 문제다.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은 5월까지 매주 하루씩 휴진을 이어가기로 했고 서울대병원 교수들은 조만간 정기 휴진 여부를 논의한다.

'빅5' 병원 중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소속 교수들이 개별적 휴진에 들어간 30일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진료일정 게시판에 교수들의 휴진이 표시돼 있다. 오승현 기자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외과 등 휴진… 같은 과 교수 동시에 비워


서울대병원은 이날 외과·소아청소년과·신장내과 등 일부 과별로 휴진 여부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특정 과 교수들이 동시에 자리를 비웠다.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대기실에는 사람이 한 명도 앉아있지 않았으며, 휴진 소식을 듣지 못한 이들만 간간이 방문했다가 간호사들의 안내를 받고 발걸음을 되돌릴 뿐이었다. 환자 A씨는 발길을 돌리며 “오늘 진료였는데 미뤄진다는 문자를 따로 못 받았다. 다음에 다시 오라고 안내받았다”고 말했다.

외과 역시 단 한 명의 대기자 없이 텅텅 비어 있었고 소아청소년과 병동도 대기석의 80%가량이 공석이었다. 아들과 함께 소아청소년과 외래 병동을 찾은 B(46) 씨는 “6개월에 한 번씩 경기도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오는데 지난번보다 사람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어든 것 같다”며 “(아들의) 담당 교수님은 다행히 휴진을 안 하지만 만약 동참한다고 했으면 너무 걱정이 됐을 것 같다. 휴진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울분을 토했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 서울대병원분회 관계자는 “어린이 환자들 예약을 한꺼번에 어제로 당겨 밀어넣은 것으로 아는데 제대로 진료가 됐는지 모르겠다”며 “당장 오늘 하루는 휴진하더라도 진료를 이어나가야 할 텐데 환자들한테 뭐라고 얘기할 생각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30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외과 대기실이 텅텅 비어 있다. 박민주 기자


개인별 휴진 세브란스, 피켓팅·휴진안내 등 벌어져


신촌 세브란스병원은 외견상으로는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세브란스병원은 과별이 아닌 교수 개인별로 휴진 여부를 결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정 과 전체가 휴진을 하지 않은 만큼 상대적으로 의료 공백이 덜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병원 본관 로비에서 교수들이 피켓 시위를 벌이고 일부 진료실 앞에는 휴진 안내문이 붙어 있는 등 곳곳에서 향후 의료 공백에 대한 불안감을 키웠다.



환자들은 당장은 문제가 없어도 앞으로가 걱정된다는 입장이다. 항암 치료 중인 남편과 함께 신촌세브란스병원을 찾은 이미선(52) 씨는 “지금 당장은 약만 처방받고 있어서 별 문제가 없지만 언제 어디서 합병증이 생겨 수술해야 할지 모르는 만큼 가족으로서 너무 불안한 심정”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의대 교수들이 주 1회 휴진에 돌입한 것을 놓고 일각에서는 이날 제출이 완료돼 5월 2일 공식 발표될 각 대학별 2025학년도 의대 정원 최종안과 관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의대 정원 증원 확정에 협조하지 말라는 주장을 휴진이라는 형식으로 압박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의대 교수들은 정부가 증원을 확정·발표하면 휴진 기간을 더 늘리는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전국 20개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가 참여한 전국의과대학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26일 총회에서 정부가 의대 증원을 발표할 경우 휴진 기간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30일 휴진한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서울 서대문구 병원 로비에서 피켓을 들고 환자들에게 자신들의 주장을 알리고 있다. 오승현 기자


국회 중심 논의, 의정 교착상태 돌파구 될까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지만 의대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정(醫政) 갈등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전일 윤석열 대통령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회담에서 ‘의대 정원 증원은 불가피하다’는 큰 틀의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세부 내용에서는 여전히 입장 정리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의료계는 여전히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정부는 여야, 그리고 의료계가 참여하는 공론화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민주당의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도 어렵다. 이미 대통령 직속 의료개혁특위가 출범한 상황에서 또 다른 협의체가 출범할 경우 의대 정원 증원에 대한 명분도 실리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의료개혁특위를 이끌고 있는 노연홍 위원장도 “현시점에서는 구체적 방안에 대한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뭐라고 언급할 상황이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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