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 떠들썩하게 상장했던 비만치료제 ETF 3종이 기대와는 달리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하 시점이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에 바이오·헬스케어 섹터 전반에 힘이 빠진데다 절반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상위 두 종목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주가에 대한 고평가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소수 종목으로 ETF를 구성한 쏠림 현상의 부작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1일 코스콤 ETF체크에 따르면 비만치료제 ETF 중 가장 먼저 상장한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의 지난달 30일 기준 최근 1개월 수익률은 -3.17%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하락률(-1.96%)를 밑돌았다. 이어 등장한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와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도 같은 기간 각각 0.90%, 1.16% 하락해 세 상품 모두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세 상품 모두 비만치료제 시장의 대표기업인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 비중을 절반 가량 담은 게 특징이다. 나머지 절반의 편입 종목에 대한 전략은 각각 다르다. KODEX 글로벌비만치료제TOP2 Plus가 미 식품의약국(FDA) 또는 유럽의약품청(EMA)에서 비만치료제 관련 임상을 진행 중인 신흥 강소 제약사들을 담아 비만치료제 자체에 온전히 집중했다면 TIGER 글로벌비만치료제TOP2Plus는 아스트라제네카 등 글로벌 대형 제약사들에 투자해 매월 분배금을 지급하는 게 특징이다. KBSTAR 글로벌비만산업TOP2+는 제약사 외에도 스포츠의류업체 룰루레몬 등 비만치료와 연관된 기업으로 투자대상을 확대했다.
결국 이들 ETF의 수익률은 상위 2개 기업 주가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수년간 꾸준히 상승하던 노보노디스크와 일라이릴리는 3월 이후 다소 주춤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연초만 해도 연준이 최대 6회까지 금리를 인하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이제는 연내 최소 1회, 혹은 연내 인하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의견이 많아지면서 대표적 성장섹터인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전반적으로 약세다. 일라이릴리와 노보노디스크 주가는 최근 2년간 각각 166%, 139% 급등하면서 고평가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비만 치료제 시장의 규모와 성장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 상승 여력이 충분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실제 지난달 30일(현지시간) 1분기 실적을 발표한 일라이릴리는 시장 전망치를 웃도는 이익을 보고하고 비만치료제 젭바운드 수요 급증으로 올해 실적 전망치를 대폭 상향하면서 하루 사이 6.02% 급등했다. 정나영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과거 발기부전 치료제인 비아그라 개발 전후 화이자의 주가와 비교하면 비만치료제가 비아그라 대비 잠재 고객 규모가 큰 점을 고려할 때 두 종목은 여전히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