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값이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물가가 통화 당국의 목표치를 계속 웃돌고 있다. 정부는 도매가 인하에만 959억 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수입 규제 완화나 유통망 개편 등 근본적인 대책 없이는 전반적인 물가 수준을 낮추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4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신선과실 물가는 전년 동월 대비 38.7% 올랐다. 2월(41.2%)과 3월(40.9%)에 이어 3개월째 약 40% 수준의 상승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품목별로 보면 배 가격이 102.9% 올라 1975년 1월 통계 작성 이래로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사과 값도 80.8% 올랐으며 귤(64.7%)과 감(56%) 가격도 50% 넘게 뛰었다. 토마토(39%)와 배추(32.1%), 양배추(48.8%) 등의 물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신선채소 물가는 지난해보다 12.9% 상승했다. 이에 농산물 가격은 1년 전보다 20.3% 오르며 석 달 연속 20%대의 상승률을 나타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농축수산물과 외식비의 전체 물가 상승 기여도가 40%를 넘는다. 먹거리 물가에 대한 부담이 큰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예산을 쏟아붓고 있는 데도 과일 가격을 잡기 어렵다는 점이다. 정부의 납품 단가 지원분은 통계청의 물가 통계에 반영된다. 정부는 납품 단가 지원을 통해 사과 가격을 30%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분석한다. 쿠폰을 통해 소비자 가격을 낮추는 할인 지원(680억 원) 등까지 포함하면 정부는 농산물 가격 안정에 총 2000억 원의 예산을 동원하고 있다. 성태윤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4월 소비자물가가 2.9%로 3개월 만에 2%대를 회복했다”며 “물가 상승을 주도했던 농축산물이 전체적으로 상승 폭이 다소 둔화했지만 정부는 계속 2%대 물가 안정이 유지되도록 국민이 체감할 수 있을 때까지 총력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입 완화나 유통 구조 개편 등 공급 확대 방안을 추진하지 않는다면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사과와 배는 수입이 안 되기 때문에 햇과일이 나오는 7월까지는 가격이 진정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 수도권 대학 교수는 “수입 완화를 통해 과일 값 안정을 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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