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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쪽방촌 후원’, 최태원은 ‘가족간병 지원’…CEO 선행 릴레이 [줌컴퍼니]

2003년 이재용 당시 삼성전자 상무가 쪽방촌의 극빈 환자를 치료하는 요셉의원을 찾은 모습. 오른쪽은 요셉의원 설립자 고(故) 선우경식 원장. 사진제공=위즈덤하우스 도서




재계 총수들의 상생 경영이 진화하고 있다. 사회적 취약 계층을 향한 단순한 일회성 지원을 넘어 사회문제 해결과 상생 측면에 초점을 맞춰 사회공헌 활동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최근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쪽방촌 후원’은 큰 화제가 됐다. 쪽방촌의 극빈 환자들을 치료하는 '요셉의원'에 20년 넘게 남몰래 후원을 해온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다.

고(故) 선우경식 요셉의원 설립자의 삶을 소개하는 책 ‘의사 선우경식’은 '쪽방촌 실상에 눈물을 삼킨 삼성전자 이재용 상무'라는 제목으로 이러한 일화를 소개했다.

이 회장은 상무로 재직 중이던 2003년 6월 극비리에 요셉의원을 방문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선우경식 원장이 삼성 호암상을 받은 직후였다.

선우 원장의 안내로 병원을 찾은 이 회장에게 선우 원장은 “혹시 쪽방촌이라는 곳을 가보셨습니까?”라고 물었다고 한다. 가본 적이 없다고 답한 이 회장에게 선우 원장은 쪽방촌을 방문해볼 것을 제안했다. 이 회장이 흔쾌히 동의하며 두 사람은 함께 쪽방촌에 있는 요셉의원 단골 환자의 집을 방문했다.

집 안에는 술에 취해 잠든 남자와 얼마 전 요셉의원에서 맹장 수술을 받은 아주머니가 아이 둘을 데리고 누워 있었다. 방을 살펴본 이 회장은 작은 신음을 내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고 한다. 당시 동행했던 직원은 "이 회장이 열악한 환경에서 사는 사람의 모습을 처음 보고 터져나오는 눈물을 참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쪽방촌 일대를 둘러본 이 회장은 “이렇게 사는 분들을 처음 본 터라 충격이 커서 지금도 머릿속이 하얗기만 하다”고 말하며 1000만 원이 든 봉투를 선우 원장에게 건넸다. 회사 공금이 아닌 사비였다.

이 회장은 이후로도 평상복 차림으로 요셉의원을 찾았다고 한다. 선우 원장과 함께 사회공헌사업을 모색하며 '밥집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노숙인과 극빈자를 위한 밥집 운영을 위한 건물을 삼성전자가 지으려고 했지만 인근 초등학교 학부모들의 항의로 결국 무산됐다.

이 회장은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사회공헌 철학을 잇는 호암재단에도 3년째 실명 기부를 이어가고 있다. 호암재단이 공개한 공익법인 결산서류 등 공시에 따르면 이 회장은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개인 자격으로 2억 원을 기부했다.

최태원·구광모·박정원, '간병돌봄' 지원 맞손…LG(003550)·두산(000150), 25억 기부


최태원(왼쪽 두 번째) 대한상의 회장, 구광모(오른쪽 세 번째) LG그룹 회장, 박정원(왼쪽 세 번째) 두산 회장 등이 3일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진행된 ‘제4차 다함께 나눔프로젝트’ 행사에서 주요 참석자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간병 돌봄 가족 문제 해결을 위해 모이기도 했다.

대한상의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는 지난 3일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서 간병 돌봄 가족 지원 행사를 열고 LG와 두산이 주요 후원사로 합류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를 계기로 두 기업은 간병 돌봄 가족 지원에 25억 원 규모의 후원을 진행한다. LG는 소아암 환아 가족들을 위해 서울 소재 2곳의 가족 쉼터에 15억 원 상당의 거주 공간 6개 실을 지원한다. 한국백혈병어린이재단은 이 기부금으로 대학로와 교대 인근에 가족 쉼터 6곳을 새롭게 열 계획이다. 연간 4000여 명의 환아와 보호자가 이용할 수 있는 규모다. 소아암 환자는 항암 치료로 인해 장거리 이동이 힘들고 개별 공간이 필요한 만큼 가족 쉼터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두산은 전국의 젊은 영케어러(중증질환·장애를 가진 가족의 돌봄·생계를 책임지는 13~34세 아동·청년)를 대상으로 매년 10억 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가족 간병과 의료비, 학습 환경 조성, 주거 공간 개보수·냉난방 시설 등에 사용된다. 사춘기를 겪는 가족돌봄청년의 마음 건강도 돌본다. 사회복지사로 구성된 ‘영케어러 코디네이터’가 가족돌봄청년과 소통하며 학교와 가정 생활에서 필요한 내용을 상담할 예정이다.

최 회장은 “LG와 두산은 가족 간병과 돌봄 문제에 관심을 갖고 지원해왔다는 공통점이 있다”며 “오늘 행사를 계기로 간병과 돌봄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많아지고 민간과 공공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부 기부한 곳서 32년 뒤 간병돌봄 지원…구광모 “뜻깊다”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에 부착돼 있는 개관식 사진. 이곳은 고(故) 구자경 회장이 건립해 1992년 서대문구에 기부했다.


LG그룹에는 행사가 열린 장소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이곳은 LG그룹 2대 회장인 고(故) 구자경 회장이 건립해 1992년 서대문구에 기부한 장소이기 때문이다. 구 선대회장은 1992년부터 2008년까지 사회복지관 건립 지원 사업을 진행하며 전국에 14개의 복지관을 기부했다. LG그룹이 이곳에서 간병돌봄 지원 사업을 발표하면서 대이은 사회공헌 사업을 하게 된 셈이다.

행사에서 구 회장은 복지관 연혁에 대한 설명을 들으며 “30여 년 전 조부께서 기부하신 복지관에서 행사가 열려 더욱 뜻깊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복지관에 걸린 사진 속 구 선대회장의 모습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세 회장들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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