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을 매달 200만 원 이상 받고 있는 고액 수급자가 처음으로 3만 명을 돌파했다. 베이비붐 세대(1955~1963년생)의 상당수가 연금 수급 개시 연령을 넘어서면서 연금을 받은 이들이 많아졌기 때문으로 기금 고갈 시점이 더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6일 국민연금연구원의 ‘2024년 1월 기준 국민연금 통계’에 따르면 월 200만 원 이상의 국민연금 수급자는 올해 1월 3만 1840명으로 지난해 1월(1만 5290명)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0년 1월 200만 원 이상의 수급자는 126명에 불과했던 데서 4년 사이 253배 가까이 폭증한 것이다.
1월 기준 연금 가입자는 총 2212만 9295명으로 전년 대비 19만 3178명(0.8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연금 수령자는 638만 5084명에서 654만 1162명으로 15만 6078명(2.44%) 늘었다. 보험료를 내는 사람은 줄어드는데 연금을 받는 사람은 많아지면서 보험료 수지는 곧 마이너스로 전환될 예정이다. 국민연금연구원은 지난해 발표한 중기재정전망에서 2027년께 처음으로 연금 지급액(66조 1433억 원)이 보험료 수입(66조 757억 원)을 추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2041년부터는 연금 지급액이 보험료 수입과 기금운용 수익을 합한 것보다 많아져 연금 기금 총액이 줄어들기 시작한다.
수급자 수가 증가한 탓에 지출액 규모도 커졌다. 국민연금공단이 1월 한 달 동안 연금 수급자들에게 지급한 급여는 총 3조 4200억 원이었다. 연간으로 환산하면 41조 원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2230억 원(6.97%) 증가했다. 평균 수급액도 늘어나는 추세다. 노령연금의 평균 수령액은 64만 3377원으로 1년 전보다 4.2%(2만 5774원) 올랐다. 장애연금 평균 수급액은 52만 3131원으로 지난해보다 4.81%(2만 4018원) 상승했다. 유족연금 평균 지급액(35만 5340원)도 같은 기간 11.93%(3만 7883원) 뛰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10년 뒤부터는 연금뿐 아니라 의료 체계에도 상당한 재정이 들어가게 될 것”이라며 “한동안 복지 분야 의무지출이 크게 늘어난다는 점을 고려해 재정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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