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차 시장에서 내리막길을 걷던 액화석유가스(LPG)차가 올해 들어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다. 다른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연료비 부담이 적은 데다 친환경성까지 갖추며 판매량 증가를 끌어냈다. 전기차가 주춤하는 사이 LPG차의 인기가 높아지자 주요 완성차 제조사들은 서둘러 신차 투입을 하며 수요 흡수에 나서고 있다.
6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LPG차의 국내 신차 등록 대수는 3만 8230대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대세’ 차량인 하이브리드차(9만 9832대)의 판매 증가율(46.3%)을 크게 웃돌며 모든 연료별 차량 중 최고 증가세를 보였다. 이 기간 경유차와 휘발유차, 전기차 등이 모두 감소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LPG차만 고속 질주한 셈이다.
LPG차는 1톤 트럭 등 화물차를 중심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올해부터 정부의 환경 규제 강화로 1톤 경유 트럭의 생산이 중단되자 LPG 트럭이 대체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3월에만 총 1만 2542대의 LPG차를 팔았는데 이 가운데 1톤 트럭인 포터2·봉고3 등 LPG 화물차는 9097대로 72.5%의 비중을 차지했다. 승용차는 3092대(24.7%), 승합차는 345대(2.8%)로 그 뒤를 이었다.
LPG차의 우수한 경제성과 친환경성도 소비자 선택을 끌어내는 장점으로 꼽힌다. 고유가 흐름 속에서도 LPG 연료비는 저렴한 수준을 유지하면서 차량 운행에 드는 비용을 아낄 수 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달 넷째 주 기준 경유와 휘발유의 ℓ당 평균 가격은 1567원, 1708원인 반면 LPG는 970원에 그친다. 기아의 봉고3 LPG 트럭을 1년간 2만 4000㎞를 주행한다고 가정하면 경유차 대비 연간 80만 원가량 절감할 수 있다.
유해 물질과 온실가스의 배출을 줄이는 데도 효과적이다. LPG차는 미세먼지 생성의 주원인 물질인 질소산화물을 동급 경유차에 비해 93분의 1 수준으로 적게 배출한다. 대한LPG협회는 10만 대의 LPG 트럭이 경유 트럭을 대체해 1대당 1만 ㎞를 주행했을 때 매년 질소산화물과 온실가스 배출량을 각각 106만 톤, 1만 6000톤 줄일 것으로 분석했다.
LPG차를 찾는 수요는 올 2분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완성차 제조사들은 승용차 모델의 LPG차를 추가하며 발 빠른 대응에 나섰다. 현대차는 쏘나타 LPG 택시를 지난달 다시 출시하며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해 8월 7세대 쏘나타를 마지막으로 LPG 택시 생산을 중단했다가 다시 판매를 시작한 것이다. 택시 업계의 거센 요구와 함께 전기차 판매가 줄어들면서 LPG 택시 재출시로 돌아선 것으로 보인다. 5월 기준 현대차 납기표를 보면 쏘나타 LPG 택시의 출고 대기 기간은 12개월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기아도 K5 LPG 택시를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차세대 LPG차에 대한 시장 기대감도 크다. 르노코리아는 대한LPG협회와 LPG 직분사 엔진을 탑재한 승용차 기술 개발에 착수했다. LPG 직분사 엔진은 고압 연료펌프를 통해 액체 상태의 LPG를 실린더 내에 직접 분사하는 방식으로 효율을 강화한 4세대 시스템이다. 높아진 출력과 토크로 차량 주행 성능은 높이면서도 유해·온실가스 배출은 크게 줄일 수 있다. 아직 국내에서 양산 사례는 전무하다. 양측은 올해 안에 프로토타입 시험 차량을 제작해 배기, 연비, 엔진 내구 성능에 대한 검증을 마무리하고 양산 개발 착수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