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정부의 재정 긴축과 감세 조합이 코로나19 이후의 물가 관리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고 평가했다.
6일 기획재정부와 한국경제학회에 따르면 이 총재는 최근 학술지 한국경제포럼에 박영환 한은 통화정책국 정책총괄팀장과 함께 ‘팬데믹 이후 고물가에 대한 한국은행의 정책 대응’이라는 이름의 논문을 게재했다.
논문은 “한국은 주요 선진국과 달리 정부가 건전재정 기조 하에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면서 통화·재정 간 정책 공조가 잘 이뤄졌다”며 “재정지출 증가율이 미국은 전년 대비 +6%인 반면 한국은 -6%이며 경기 조정 재정수지 적자는 미국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8~-9%로 적자 폭이 컸지만 한국은 -1% 수준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저자들은 정부가 재정을 긴축적으로 운용하면서도 세제 지원을 통해 국제유가와 환율 충격을 줄였다고 봤다. 이들은 정부의 유류세 인하와 커피 생두에 대한 수입부가가치세 및 가공 양념류에 대한 부가세 한시 면제를 대표 사례로 들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2021~2022년 에너지 가격 상승률은 26.5%로 미국(51.4%), 유로 지역(54.5%)보다 크게 낮았다.
논문은 한국의 노동 공급이 미국보다 원활했다는 점도 언급했다. 저자들은 “노동시장의 차이가 한국의 물가 상승률이 주요국에 비해 낮았던 주요 요인 중 하나”라며 “미국은 대퇴사와 이민 감소 등 구조적 요인에 노동 공급이 매우 더디게 회복됐지만 한국은 팬데믹 기간 중에 노동 공급 감소가 상대적으로 적었던 데다 방역 조치 완화 이후에는 고령층과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면서 노동 공급이 빠르게 회복됐다”고 강조했다. 논문은 환율 상승에 과거보다 유연하게 대응한 점과 금융 안정을 고려한 통화정책 운용 등도 물가 관리에 도움이 됐다고 봤다. 이 총재는 “금융 안정 기능 강화를 위해 중앙은행이 비은행 부문에 유동성을 적절히 공급할 수 있는 방안과 정책 방향에 대한 커뮤니케이션 강화도 검토하겠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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