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의료기기 자회사인 삼성메디슨이 프랑스의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인 소니오를 인수한다. 한동안 성장이 더뎠던 의료기기 사업에 AI를 접목해 시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성메디슨은 소니오 지분 100%를 1265억 원에 인수하는 주식 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밝혔다. 이 회사는 산부인과 초음파 진단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의료진이 환자의 진단 이력 및 내역을 확인할 수 있도록 돕는 솔루션 기능을 개발해왔다.
특히 태아의 상태 측정용 진단 단면을 자동으로 인식하고 판별해 화면의 적절성 여부를 평가해주는 AI 보조 진단 기능인 ‘디텍트’가 지난해 8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판매 허가를 받아 주목받기도 했다. 초음파 스캔 결과를 정량화한 뒤 정리해주는 AI 진단 리포팅 시스템은 시장에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모두 인정받았다.
김용관 삼성메디슨 대표는 “세계 최고 수준의 산부인과 솔루션을 보유한 소니오와 함께 전 세계 임산부 삶의 질 향상을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수를 통해 유럽의 AI 개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도 또 다른 수확이다.
삼성메디슨이 지난해 영업이익보다 많은 자금을 투자해 AI 기술 투자에 나서면서 삼성의 의료기기 사업이 다시 한번 성장 궤도에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의료기기 사업은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 시절인 2010년 바이오·자동차 배터리 등과 함께 5대 신수종사업 중 하나로 선정돼 집중 투자를 받았으나 지금까지 두드러지는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지난해 5147억 원의 매출과 864억 원의 영입이익을 내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하기는 했으나 삼성의 이름값에 걸맞은 성적이라고 보기에는 아쉽다는 평가가 많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의료기기 사업에 대한 미래 성장성을 인정받았기 때문에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된 것으로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필립스와 제너럴일렉트릭(GE), 지멘스, 후지필름, 캐논 등이 삼성메디슨의 경쟁 회사다.
삼성메디슨은 향후 수출 시장을 넓혀 성장 드라이브를 건다는 전략이다. 이 회사 전체 매출 중 수출 비중은 88%에 이르며 이 중에서도 아시아와 유럽의 매출 비중이 70%에 달한다. 중국에서 1000병상 이상의 3급 병원을 주로 공략하면서 유럽 지역에서는 공공병원을 중심으로 판매망을 넓혀간다는 게 삼성메디슨의 전략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