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MAMA’는 지금까지도 방탄소년단(BTS) 팬덤인 아미 사이에서 회자되는 기념비적인 무대 중 하나다. 당시 어깨를 다쳤던 슈가가 예상을 깨고 멤버들과 함께 무대에 등장하는 반전을 일으켰기 때문이다. 홀로그램으로 구현된 가상의 슈가가 실제 슈가처럼 움직이며 빈 자리를 채웠다. 이러한 버추얼(가상) 기술력을 선보인 기업은 바로 아트테크 전문 기업 비브스튜디오스다.
김세규(사진) 비브스튜디오스 대표는 최근 서울 강남구 본사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콘텐츠를 제작하는 스튜디오의 역할에 그치지 않고 포토샵처럼 두루 활용될 수 있는 VR 콘텐츠 전문 소프트웨어를 비롯한 통합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자사의 기술을 ‘버추얼 프로덕션 솔루션’이라고 소개했다. 이 솔루션 ‘VIT’는 3D·VR·증강현실(AR)·확장현실(XR) 등 콘텐츠 제작을 지원한다. 그동안 버추얼 콘텐츠 제작 분야에서 쌓아온 역량을 한 데 모아 다른 기업들도 쉽게 제작할 수 있도록 솔루션으로 개발한 것이다. 김 대표는 “VIT를 상용화하기까지 4년의 오랜 기간이 걸렸다”면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영화 산업이 위축되는 등 어려움도 적지 않았지만 버추얼 테크가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것이란 판단 아래 개발을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VIT는 비브스튜디오스의 오랜 현장 경험을 바탕으로 필요한 기능만 담겨있어 누구나 쉽게 촬영 현장을 제어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무대 스크린 불꽃놀이, 조명 등 물리적인 효과 장치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효과를 3D 콘텐츠로 대체할 수 있다. 주름진 노인 얼굴을 어리게 하거나 어린이 얼굴을 노인처럼 보이게 하는 특수 효과도 낼 수 있다.
버추얼 프로덕션용 솔루션을 상용화한 국내 기업은 비브스튜디오스가 유일하다. 해외에서도 구현한 기업은 2곳 정도에 불과하다. 버추얼 프로덕션은 제작 프로세스 간소화, 제작 시간 단축 등 비용 절감이 가능해 전 세계 영상 산업에서 주목 받고 있다. 김 대표는 “버추얼 프로덕션에 대한 높은 진입장벽과 운영 전문 인력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VIT를 개발했다”면서 “외국 솔루션을 사용하면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치르고 국내 제작 환경에는 최적화되지 않는 문제가 있는데 이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올해 연말을 목표로 기술특례상장을 추진 중이다. 김 대표는 상장으로 조달한 자금을 해외 진출에 주로 투입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80여 개의 콘텐츠 관련 특허를 보유한 기술력을 인정받아 지난해 정부의 '예비 유니콘' 기업 지원 대상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 대표는 2003년 비브스튜디오스를 설립했다. 컴퓨터그래픽(CG)을 잘 다루는 프리랜서로 시작해 직접 회사를 차리게 된 것이다. 김 대표는 “어릴 적 밴드에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가 우연찮게 컴퓨터 학원에서 3D 프로그램을 공부했는데 기타를 처음 배울 때처럼 빠져들었다”면서 “3D 그래픽 아티스트로서의 전문성을 살려 회사를 차리고 현재는 VR 시대를 맞아 기술을 만드는 단계까지 발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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