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프랑스에 이어 유럽 순방 두 번째 국가로 세르비아를 방문하며 반(反)서방 동맹 과시에 나섰다. 중국은 자국에 우호적인 국가들을 전략적으로 이용하며 유럽 국가들 사이에 분열을 조장하는 모양새다.
8일 중국 관영통신 신화사에 따르면 시 주석은 전날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니콜라 테슬라 공항에 도착했다. 알렉산다르 부치치 세르비아 대통령 부부와 정부 주요 인사들이 직접 공항에서 시 주석과 부인 펑리위안 여사를 영접했다.
시 주석은 8년 만에 세르비아를 찾았는데 이날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에 의해 베오그라드 주재 중국 대사관이 폭격당한 지 25주년이 되는 날이다. 이 사건 이후 세르비아와 중국은 반서방 정서를 공유하며 협력 관계를 유지해왔다. 시 주석은 8일까지 세르비아를 국빈방문해 정상회담 일정 등을 소화할 예정이다.
중국은 세르비아에 이어 헝가리까지 방문하며 두 국가를 전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세르비아와 헝가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관련 중국의 무역 관행에 대한 유럽 내 비판에 크게 동조하지 않은 국가다. 뉴욕타임스는 7일 “우크라이나 전쟁을 둘러싸고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이들 두 국가의 권위주의 정상들이 중국에 안식처를 제공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은 세르비아의 최대 투자국이자 교역 규모 2위 국가로 지난해 10월에는 양국 간 자유무역협정(FTA)도 체결했다. 헝가리는 유럽연합(EU)과 나토 회원국으로 중국·러시아와 밀착하고 있다. EU 회원국 중 가장 먼저 중국과 일대일로(육상 해상 실크로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중국은 올해 하반기 EU 순환 의장국인 헝가리를 이용해 EU의 균열을 부추기려 한다는 관측이 나온다. 헝가리 역시 시 주석 방문 기간 배터리 등 제조 설비의 투자 유치를 이끌어 낼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시 주석이 이번 방문으로 중국이 유럽 내 영향력을 보여주는 한편 일대일로 구상을 이어가고 있다고 해석했다.
한편 중국은 유럽 국가들과의 무비자 정책도 연장하며 관광객 유치와 인적 교류 확대도 이어가기로 했다. 시 주석이 프랑스 방문 중에 언급했던 내용으로 중국 외교부는 프랑스 등 12개국과 올해 말까지 관광객 대상 15일간 무비자 조치를 2025년까지 이어간다고 밝혔다. 이 중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11개국이 유럽 국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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