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9일 금융투자소득세와 관련해 “국민들이 간절히 바란다”며 폐지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또 반도체 산업 지원에 대해서는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세액공제를 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고 세제 혜택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드러냈다. 향후 경제 방향에 대해서는 건전재정 등 기존 정책의 틀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 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시장경제와 민간 주도 시스템으로 경제 기조를 잡는 것은 헌법 원칙에 충실한 것”이라고 밝혔다. 윤석열 정부 취임 이후 추진해온 건전재정, 민간 중심의 역동 경제 등 정책 방향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성장률 상향 조정,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2026년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 달러 돌파 전망 등 한국 경제와 관련한 긍정적인 전망에 대해 “국민과 기업, 정부가 함께 뛰며 이뤄낸 소중한 성과”라고 자평했다.
반도체 지원과 관련해서는 세제 혜택을 통한 우회 지원 방침을 거듭 밝혔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는 전후방 연관 효과가 막대해 자국의 산업 전반에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 모든 나라가 재정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최대한 지원을 하고 있다”며 “시간이 보조금이라는 생각으로 전력, 용수 기반 시설, 공장 건설 등이 속도감 있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제를 풀고 속도감 있는 사업 진행을 도와주려고 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대기업 감세, 부자 감세라는 비판과 공격에도 불구하고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세제 지원을 추진했다”며 “세액공제를 하게 되면 보조금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일본 정부가 채택한 보조금 직접 지급 대신에 세제 혜택이 바람직하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대선 공약이기도 했던 금투세 폐지에 대해서는 “소득세법 개정이 절실하다”며 야당에 협조를 구했다. 윤 대통령은 “1400만 명의 개인투자자들에게는 막대한 타격이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나라는 주식투자와 관련해서 배당소득세 등이 선진국보다 매우 높다”며 “금투세까지 얹히게 되면 남는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금투세 시행을 발표한 뒤 결국 추진하지 못했던 대만 사례까지 언급하며 “1400만 개인투자자들의 이해가 걸렸을 뿐 아니라 자본시장이 무너지게 되고 제 기능을 못 하게 되면 실물 산업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언급했다. 야당은 이와 관련, 조세 정의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윤 대통령의 기자회견 직후 “신중하게 검토해서 조세의 정의와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파악해서 대응하겠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개선 의지도 내비쳤다. 증권 업계에서는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 유인책이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또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주요 개선안은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야당의 협조가 필요한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기업 밸류업은 착실하게 단계적으로 잘 진행해나가겠다”며 “기업을 옥죄면서 빠른 속도로 밀어붙이기보다는 기업의 협력을 유도해나가는 방향으로 진행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4월 소비자물가가 2.9%로 석 달 만에 2%대로 내려왔지만 서민 장바구니 물가와 외식 물가가 높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모든 수단을 강구하고 정부의 역량을 총동원하겠다”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경제지표 관리 중에 제일 중요한 것을 물가에 뒀다”며 할당관세 등을 활용해 수입 원가를 낮추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부동산 시장 정상화를 위한 노력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지난 정부에서 집값이 폭등한 것은 부동산 시장 원리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 윤 대통령은 “양도소득세를 중과한다고 하면 벌써 시장이 왜곡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과도한 세금 부과는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에게 조세전가가 이뤄진다”며 “있는 사람에게 더 걷겠다는 당초의 의도가 결국은 더 어려운 사람에게 부담으로 돌아가는 일이 많다. 중산층과 서민이 안정적인 주거 보장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게 부동산 정책 목표”라고 덧붙였다.
한편 윤 대통령은 이날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등과 ‘제1차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열고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공매도 제도 개선안 등 경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앞으로 반도체 등 주요 현안에 대해서는 경제이슈점검회의를 집중 개최해 리스크 요인을 점검하고 대응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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