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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주민센터서도 샴푸·세제 '충전'…플라스틱쓰레기 年 3억개 줄일 수 있죠

[지구용 리포트] 진화하는 '리필스테이션'

원하는 제품·용량 미리 결제하면

위생관리 거친 항균 토출구서 리필

가격도 비슷한 마트 제품 반값 이하

기기값 등 지자체 차원 지원 절실

"접근성 높아지면 탄소감축 정책 효과"

나모라(왼쪽) 와플 대표와 최홍영 비지플랫폼 대표. /박지현 인턴 기자




‘재활용 우수’라는 문구가 적힌 플라스틱 샴푸 용기가 실제로 재활용될 확률은 얼마나 될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22년 발표한 ‘글로벌 플라스틱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19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사용된 플라스틱 4억 6000만 톤 가운데 재활용된 분량은 5500만 톤, 겨우 12%에 불과했다. 또 국제환경법센터(CIEL)에 따르면 대부분 화석연료로 만들어지는 플라스틱은 1톤당 약 5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가치 소비 트렌드와 함께 플라스틱 포장재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이에 따라 직접 준비한 다회용기에 원하는 만큼 샴푸나 세제류를 덜어 살 수 있는 리필스테이션도 한때 주목받았지만 리필스테이션을 도입했던 대기업들이 최근 수년 사이 잇따라 철수했다. 리필스테이션 브랜드 ‘리피래’를 제작·유통하는 나모라 와플 대표와 최홍영 비지플랫폼 대표는 기기 가격과 접근성이 관건이라고 지적한다.

서울경제신문이 4월 말 방문한 경기도 과천의 비지플랫폼 사무실 입구에는 세탁 세제와 주방 세제를 덜어 살 수 있는 리피래 기기가 설치돼 있었다. 주유소처럼 원하는 용량만큼 세제나 샴푸 같은 제품을 리필할 수 있다. 리피래 홈페이지나 앱, 매장의 키오스크에서 미리 결제한 후 생성되는 큐알(QR)코드를 스캔하면 정해진 양이 토출되는 방식이다. 이처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적용한 덕에 사업주 입장에서는 무인 운영이 가능할 뿐더러 이용자 데이터를 확보해 마케팅에 활용할 수 있다.

토출구는 항균과 부식 방지 효과를 갖춘 스테인리스가 적용됐다. 토출구까지 제품을 내보내는 호스는 정기적으로 세척된다. 내부의 공기 접촉을 최소화하기 위해 마개도 설치됐다. 세제류의 경우 기본적으로 세정력이 강하다 보니 세균 번식의 가능성이 낮지만 철저한 위생 관리를 위한 조치라는 설명이다. 리피래를 개발한 나 대표는 “지금까지 녹농균이 검출된 적이 없다”면서 “로션 등 스킨케어 제품류로 확대할 경우 보냉 등 위생 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기능을 추가할 수 있도록 설치했다”고 말했다.

미리 홈페이지에서 결제한 주방 세제가 다회용기로 토출되고 있다. 박지현 인턴 기자


시험 삼아 주방 세제 700g어치를 구매하고 결제했다. 결제 금액은 8400원으로 일반 마트에서 구입할 수 있는 제품보다는 비싼 편이지만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비슷한 품질의 친환경 세제류와 비교하면 반값 이하 수준이다. 나 대표는 “화학 성분이 들어가지 않은 제품만 판매하고 있다. 주방 세제의 경우 과일·야채를 세척해도 되는 1종 세제, 세탁 세제는 아기나 아토피 환자가 있는 가정에서도 안심하고 쓸 수 있는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게다가 리필스테이션을 이용할 경우 구매 횟수당 2000점의 탄소 중립 포인트(연 최대 7만 포인트)를 받아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나 대표는 “우리나라 2400만 가구가 한 가지 제품만 리필로 대체해도 1년에 3억 병 이상 플라스틱 통 쓰레기가 줄어들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기기 자체의 가격은 자영업자들이 접근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리피래는 세 종류의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토출구 3개짜리 모델을 기준으로 한 대에 2000만 원 안팎이다. 개인이 운영하는 제로웨이스트숍, 친환경 매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이유다. 이 때문에 리피래의 마케팅·유통을 맡고 있는 최 대표는 도서관·주민센터 등을 중심으로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4월에는 강원권 최초로 춘천시립도서관에 리피래가 설치됐다. 제주도 제주시청·탐라도서관과 경기도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등에서도 운영 중이다. 현재 전국 30곳에 리피래가 설치됐다. 3만 5671명의 이용자를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해 총 150톤의 탄소를 감축했다.



제주시청에 설치된 리필스테이션.사진 제공=제주시


최 대표는 “올해 공급 목표는 100개로 초기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월 50만~60만 원 대의 렌털 서비스도 준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비용 부담을 덜고 주민들이 손쉽게 이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정부·지방자치단체 차원의 지원을 제안했다. 설치 장소가 늘어나 접근성이 높아지면 그만큼 이용률이 높아지고 지자체의 탄소 감축 정책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구상이다. 실제로 경기도 화성시의 경우 리피래의 월 사용료를 일부 지원하기로 했다. 최 대표는 “지자체에서 리필스테이션 한두 대가 아니라 한꺼번에 여러 대를 도입하고 ‘탄소 중립 도시’ 타이틀을 선점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내비쳤다.

시민들이경기도 광명의 업사이클아트센터에 설치된 리피래를 이용하고 있다. 사진 제공=리피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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