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다 인구를 바탕으로 고성장 중인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중국 업체에 출하량 1위를 내줬지만 실적에 대한 평가는 오히려 긍정적이다. 출하량 점유율 하락에도 매출 점유율은 오히려 공고해졌기 때문이다. 박리다매식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보다는 프리미엄(고가) 스마트폰 판매에 주력하겠다는 회사의 전략이 구매력 낮은 인도에서도 먹혀들었다는 의미다.
11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1분기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출하량 점유율 17.5%를 차지했다. 1년 전 20.3%에서 소폭 하락하며 중국 비보(19.2%)에 1위를 내줬다. 하지만 같은 기간 매출 점유율은 23%에서 25%로 오히려 높아졌다. 갤럭시폰의 현지 판매단가(ASP)는 425달러(58만 원)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이는 삼성전자가 인도 소비자에게 ‘갤럭시A’ 시리즈 등 중저가폰을 덜 파는 대신 ‘갤럭시S24’ 등 고가폰 판매를 늘리는 데 성공했다는 의미다. 2위 애플과의 격차도 지난해 1분기 1%포인트에서 올해 6%포인트로 벌리면서 갤럭시폰이 고가폰의 대명사 아이폰과의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게다가 전통적으로 중저가 선호가 큰 대표적 신흥국인 인도에서 이 같은 사업 체질개선을 이룬 것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프리미엄화(化) 전략이 순항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실제로 1분기 인도 시장은 3만 루피(49만 원) 이상의 스마트폰 출하량 비중이 사상 최대인 20%, 매출 비중으로는 절반이 넘는 51%를 기록하며 고가폰 인기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1월 첫 인공지능(AI)폰 갤럭시S24를 공개할 당시 다른 지역보다도 인도 공식 웹사이트에 가장 먼저 중고폰 보상 프로그램을 안내하는 등 이 지역의 고가폰 수요를 잡는 데 매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웃한 파키스탄에서도 갤럭시S24가 품귀를 겪는다는 외신 보도도 최근 나온 바 있다.
삼성전자는 1분기 전 세계 시장에서도 출하량 증가와 프리미엄화에 힘입어 1위 애플과의 매출 점유율 격차를 좁혔다. 양사 간 격차는 지난해 1분기 31%포인트에서 올해 1분기 23%포인트로 8%포인트 줄었다. 삼성전자는 7월 폴더블폰 ‘갤럭시Z6’ 시리즈를 공개하며 하반기 ‘아이폰16’과의 고가폰 신제품 경쟁을 준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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