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올해 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안정적인 수익을 바탕으로 주주환원 여력이 큰 금융주들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은행 증권 등 국내 금융사들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자사주 소각 등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16일(현지시간) 뉴욕 IR에서 “당분간 현금 배당을 적정하게 유지하면서 자사주 소각을 통해 발행 주식량을 조절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0년 동안 덩치를 키우기 위해 순이익을 늘리는 과정에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하락하고 주주환원율도 떨어진 것을 반성하고 있으며 앞으로 주주환원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진 회장은 “신한의 발행 주식량이 경쟁사 대비 125~160% 정도 많다”며 “앞으로 재무 정책은 ROE 10%를 목표로 하면서 손실 흡수 능력이 있는 상태에서 발행 주식을 줄이겠다”고 강조했다.
KB금융지주도 지속 가능한 펀더멘탈 강화, 일관성 있는 중장기적 자본 관리 정책, 주주환원율을 높일 수 있는 다양한 수단 활용 등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내놓았다. 양종희 KB금융지주 회장은 “지속적으로 ROE 10%를 내기 위해 펀더멘탈을 관리하면서 증권, 보험, 카드 등 비은행 부문에서 수익을 창출하겠다”며 “명목 성장률 정도로 성장하면서 수익이 창출된다면 가급적 많은 부문을 주주들에게 환원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올해 2월 주주환원 3개년 계획을 내놓은 미래에셋증권도 배당 이외에도 지속적인 자사주 매입·소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김미섭 미래에셋증권 대표는 “단기적으로 자사주를 소각해 주가를 높이고 중장기적으로도 포트폴리오 다각화 등을 통해 성장 원동력을 계속 키워나갈 것”이라며 “글로벌 진출과 함께 모험자본을 제공할 수 있도록 투자 역량과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연금시장 역량 강화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도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지속적인 수익을 내면서 주가 관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성환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증권사는 몸집을 키워야 받을 수 있는 라이센스가 있기 때문에 그동안 배당보다는 자기자본 늘리는 데 신경을 썼던 것이 사실”이라며 “많은 투자자 기대를 봤을 때 배당 성향을 높여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털어놨다.
금융감독원은 자본시장 조달 등 건전성 측면에서 은행이 PBR을 일정 수준 이상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이다. PBR이 높은 은행은 자본시장 접근성이 좋기 때문에 증자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할 때 유리하다는 것이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글로벌 투자자들에게 “당국이 건전성 보장을 전제로 금융사들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소각 등 주주 친화적인 정책을 하도록 적극 권장하고 있다”며 “국내 금융사를 비즈니스 파트너로 고려하겠지만 투자 대상으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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