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정책 혼란은 공공기관에도 여파가 미치고 있다. 총선을 전후로 한 공공기관 특별 점검에서 비위 사안이 다수 적발된 데다 일부 공공기관은 기관장의 일탈로 해임되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주무 부처들은 몸을 사리고 있어 대통령실 차원의 기강 잡기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서울경제신문이 4·10 총선 이후 공공기관 경영 정보 공개 시스템(알리오)에 공시된 ‘총선 이후 공직기강 감사’와 특별 감사 결과 321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폭언·폭행 △음주운전 △영리 행위 △외유성 출장 등 심각한 위법 사례가 다수 확인됐다.
한국농어촌공사에 근무하는 A 씨는 1월 25일 다른 부서로 인사 발령이 나자 체력단련실에서 담당 부장 B 씨의 뺨 등을 수차례 폭행하며 욕설을 퍼부었다. 한국가스기술공사는 1월 접수된 익명 신고를 바탕으로 특별 감사를 벌인 결과 지난해 8월께 공동 합숙소에서 C 부장이 부하 직원들에게 폭언·욕설한 사실을 확인했다. 한국서부발전도 사내 메신저로 동료 직원에게 욕설을 한 직원이 있었다.
영리 행위에 나선 사례도 적발됐다. 한국전기안전공사는 2월 중 자체 감사를 통해 겸직 허가 신청 없이 본인·가족 명의로 태양광발전 사업에 뛰어든 직원 7명을 색출해 징계했다. 태양광발전 설비를 감사하는 기관의 임직원이 발전 사업을 영위한 것이어서 사실상 ‘이권 카르텔’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또 다른 직원은 부동산 투기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게 되면서 중징계를 받았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직원 D 씨도 영리 목적의 블로그를 운영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외유성 출장을 가거나 주재비를 과다 청구하는 사례도 있었다. 한국농어촌공사 직원 16명은 업무와 무관한 해외 출장을 다녀오는 데 경비 1억 1000만 원을 사용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자체 감사를 통해 일부 여비가 잘못 지급된 것을 발견하고 환수 조치했다. 조용돈 한국가스기술공사 사장은 동거녀와 해외 출장을 다녀오고 1000만 원 상당의 공용 물품을 무단 사용한 혐의로 임기를 열흘 앞두고 해임됐다.
코레일네트웍스의 한 지점에서는 수습 직원에게 팀장의 역할을 맡기는 황당한 사례가 적발됐다. 동북아역사재단은 교육부와 사전 협의 당시 7명의 연구직을 뽑기로 했지만 실제로는 8명을 선발했다. 기술보증기금은 재택근무 관련 규정 위반 사례 9건을 확인했다.
음주운전 사례도 있었다. 한전KDN 소속 E 과장은 일과 시간 이후 지인 장례식장에 방문한 뒤 귀가하는 길에 대리운전 기사가 호출되지 않자 취한 채로 직접 수 ㎞를 운전하다 적발돼 운전면허가 취소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각 부처가 소송과 감사원 감사를 두려워해 공공기관을 방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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