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물가를 반영한 가계 실질소득이 지난해 1분기보다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분기 기준 감소 폭은 7년 만에 최대치로 커졌다.
23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512만 2000원으로 1년 전보다 1.4% 증가했다. 3개 분기 연속 전년 동기 대비 증가했지만 증가 폭은 △지난해 3분기 3.4% △지난해 4분기 3.9%에서 올해 1분기 1.4%로 크게 줄었다.
물가 상황까지 반영하면 가구당 월평균 실질소득은 1년 전보다 1.6% 감소했다. 1분기를 기준으로 봤을 때 실질소득이 감소세로 전환한 것은 2021년 1분기(-1.0%) 이후 3년 만이며 감소 폭은 2017년 1분기(-2.5%) 이후 7년 만에 가장 컸다.
통계청 관계자는 “물가가 3% 올랐다면 소득도 3% 올라야 실질소득이 오르는데, 물가 상승분만큼 소득이 오르지 못해 마이너스가 됐다”고 설명했다.
소득 원천별로는 사업소득과 이전소득이 각각 전년 동기 대비 8.9%, 5.8% 증가했으나 근로소득이 같은 기간 1.1% 줄었다. 이에 따른 가구당 월평균 근로소득은 329만 1000원 수준이다. 보험금, 경조소득 등 비경상적 수입도 8만 1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8.2%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사업소득의 경우 농업소득과 주택·임대소득이, 이전소득의 경우 각종 연금과 공적 연금 수급자 수 및 수급액, 부모 급여 등이 늘어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부모급여는 지난해 35만~70만 원에서 올해 50만~100만 원으로 확대된 바 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월평균 소비 지출은 290만 8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다. △교통(-1.0%) △기타상품·서비스(-0.6%) △통신(-0.7%) 등에서 지출이 줄었으나 식료품·비주류음료(7.2%), 음식·숙박(5.8%), 오락·문화(9.7%) 등에서 지출이 늘어난 영향이다.
하지만 물가 상승 영향을 반영한 실질소비지출은 증가하지 않고 보합(0.0%)에 그쳤다. 실제로 소비 규모가 늘어난 것이 아니라 물가가 오르면서 지출 규모가 커졌다는 의미다. 실질소비지출 증가율은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분기(-7.4%) 이후 가장 낮았다.
실질소비지출 내역을 구체적으로 보면 각 가구는 △기타상품·서비스(-4.8%) △의류·신발(-4.1%) △교통(-2.4%) △주류·담배(-1.2%) △주거·수도·광열(-1.0%)에서 지출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 해외여행 등 오락·문화 소비 규모는 물가 상승을 반영해도 전년 동기 대비 7.9% 늘었다.
소득과 지출을 연계해 살피면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을 제외한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404만 6000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증가했다. 다만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제외한 ‘여윳돈’을 의미하는 흑자액은 113만 8000원으로 같은 기간 2.6% 줄었다.
소득 분위별로 보면 소득 수준이 가장 낮은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전년 동기 대비 7.6% 상승한 115만 7000원으로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이외 3분위 5.4%, 2분위 4.2%, 4분위 2.7% 등 순으로 전년 동기 대비 증가 폭이 컸다.
반면 소득 수준이 가장 높은 5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1분기 기준 1125만 8000원으로 1년 전보다 2.0% 감소했다. 통계청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상여금이 없었고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에서도 상여금이 축소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일부 주요 기업에서 상여금이 축소된 것이 5분위 가구 소득 감소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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