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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정략적 제안에 與 반발…연금개혁 사실상 '빈손'

[이재명, 연금개혁 영수회담 제안]

남은 일정 촉박 성사 가능성 낮아

당정 "22대서 충분한 논의 거쳐야"

더불어민주당 국회연금개혁특위 간사인 김성주 의원이 23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연금특위 개최 무산에 대한 민주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당의 ‘소득대체율 44%’ 안을 수용할 수 있다며 제안한 영수회담을 대통령실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21대 국회에서의 연금 개혁은 물 건너갔다. 소득대체율은 가입자의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연금 지급액 비율이다. 정치권에서는 이 대표가 ‘원포인트 영수회담’을 갑자기 꺼낸 배경에 정치적 의도가 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은 연금 개혁을 하려고 하는데 정부·여당이 거부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주려고 한다는 것이다. 연금 개혁은 윤석열 정부가 내세우고 있는 3대 개혁 중 하나다. 이를 고려하면 야당이 정부와 여당을 압박하려는 의도가 뚜렷하다는 분석도 있다. 배준영 국민의힘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대표의 주장은 본회의 강행 명분을 쌓으려는 정략”이라고 강조했다.

이 같은 반발은 이미 예상돼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윤석열 대통령은 9일 열린 취임 2주년 기자회견에서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21대 국회에서 조급하게 하기보다 (22대 국회에서) 좀 더 충실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도 연금 개혁은 21대가 아닌 22대 국회에서 하는 게 낫다고 최근 강조했다. 정부와 여당이 뻔히 반발할 것을 알면서 야당이 안을 던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21대 국회 임기가 며칠 남지 않은 데다 외교 일정상 영수회담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당장 21대 국회 임기가 29일이다. 이에 맞추려면 일정이 빠듯하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26일부터 27일까지 서울에서 열리는 한일중정상회의를 주재한다. 연금개혁안이 28일 본회의에 오르기 위해서는 금명간 윤 대통령과 이 대표가 만나야 하는 셈이다. 28일과 29일에는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 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이 국빈 방한해 이에 대한 준비도 필요하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첫 영수회담도 갖은 신경전 끝에 성사됐다”며 “당장 하루이틀 만에 진행되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이 대표가 정부에서 소득대체율 45%를 제안했다고 언급한 것도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국회 연금특위 여당 간사인 유경준 의원은 “45% 안은 정부가 아닌 민주당 안”이라며 “민주당이 정부 제안을 수용했다는 이 대표의 설명은 사기”라고 날을 세웠다. 배 수석부대표도 “민주당의 주장을 민주당 대표가 수용한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며 “28일 합의 없는 국회 본회의 강행을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재정 안정론을 강조하는 학자들은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연금 개혁을 하기보다 22대 국회에서 재논의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명예연구위원 등이 주도하는 연금연구회는 전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득대체율을 올리는 절충안에) 개혁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없다”며 “21대 국회에 주어졌던 연금 개혁의 기회가 사라졌다는 것을 인정할 때”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22대 국회에서는 연금 개혁 논의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건복지부가 국회 연금특위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행 제도를 유지할 경우 국민연금은 2041년께 적자 전환해 2055년 완전히 고갈된다. 2093년까지 쌓이는 누적 적자 규모는 2경 1656조 원에 달한다. 앞서 국민의힘이 낸 안대로 보험료율을 13%로 올리고 소득대체율을 43%로 조정하면 수지 적자 시점은 2048년, 소진 시점은 2064년으로 늘어난다. 누적 적자는 4318조 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민주당 안대로 소득대체율을 45%로 할 경우 국민연금 기금은 2047년에 적자 전환해 2063년 고갈된다. 누적 적자는 2766조 원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22대 국회가 개원하면 가장 먼저 시작해야 할 일이 연금 개혁”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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