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고객의 환불 요구를 거부하고 거액의 위약금을 물리는 근거가 되고 있는 결혼 준비 대행(웨딩 컨설팅) 업체의 ‘갑질 계약’을 손보기로 했다.
24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최근 ‘결혼 준비 대행 표준 약관 제정안 마련을 위한 실태 조사’ 연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의 목표는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시장 현황을 파악하고 거래 실태와 소비자 피해 등을 분석해 표준 약관을 마련하는 것이다. 구체적으로 △서비스 업체 수 △시장 규모 △관련 법·제도 등 현황 파악 △표준 약관 마련을 위한 상품 구성 및 계약금·위약금, 각종 옵션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2월 내놓은 ‘청년 모두 행복 2호 공약’과 기획재정부가 3월 발표한 ‘청년 친화 서비스 발전 방안’의 후속 조치다.
현재 국내 외 결혼중개업과 예식장업 분야에 표준 약관이 마련돼 있는 것과 달리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분야는 표준 약관이 없다. 이 때문에 결혼 준비 대행 업체로부터 갑질 피해를 호소하는 예비 부부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관련 소비자 피해 구제 건수는 지난해 235건으로 집계됐다. 2021년 92건에서 2022년 152건으로 매년 급증하고 있다. 이 수치는 전문가의 사실 조사를 거쳐 소비자원 중재하에 업체와 소비자 간 실제 합의가 이뤄진 것만 계산한 것이다. 외부에 알려지지 않은 실제 피해 건수는 더 많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정이다.
지난해 9월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송석준 의원이 소비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결혼 준비 대행 업체를 통해 예식장을 계약했지만 전산 오류로 중복 계약이 됐다며 뒤늦게 결혼 날짜를 바꾸라고 요구한 일이 있었다. 결혼 사진을 촬영한 스튜디오가 결혼 준비 대행 업체로부터 촬영 대금을 받지 못했다고 결혼 사진 제공을 거부한 사례도 있었다. 특히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의 위약금은 평균 요금(202만 원)의 21%인 42만 원에 달했다. 웨딩 박람회를 찾아 상품을 구매한 후 14일 이내라면 위약금 없이 환불이 가능하지만 계약서에 환불 불가 조항을 두는 경우도 존재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결혼 준비 대행 서비스 시장은 아직 거래 조건이나 사업자 정보 등이 명확지 않아 실태 조사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면서 “실태 조사를 기반으로 내년 중 표준 약관을 만들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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