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에 텔레그램에 개설된 단체 채팅방을 통해 불법 음란물을 생생 및 거래 유포한 'N번방 사건'이 사회적으로 큰 이목을 끌었습니다. 최근에는 서울대에서 비슷한 사건이 벌어져 이슈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 및 기기가 발전하면서 디지털 성범죄 발생도 크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통계청 통계개발원이 낸 한국의 안전보고서2023에 따르면 디지털성범죄에 해당하는 통신매체 이용음란 범죄는 2021년 5079건에서 2022년 10605건으로 2배 넘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012년(917건)과 비교해서는 11배가 넘습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에 따르면 촬영물 또는 복제물을 반포 및 판매 또는 공공연하게 전시·상영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나와있습니다. 아울러 아동 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 제11조 2항에 따르면 영리를 목적으로 아동 청소년성착취물을 판매·대여·배포·제공하거나 이를 목적으로 소지·운반·광고·소개하는 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고 합니다. 그러면 재판부는 실제 사례에서도 디지털 성범죄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할까요.
#경찰은 올해 위장수사로 다수의 불법촬영물 유포자를 적발하였다고 밝혔다. 검거된 유포자 중 불법촬영한 성관계 영상을 문화상품권을 받고 판매하여 온 A씨에 대하여는 최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A씨가 판매한 영상에 등장하는 피해자들 중에는 10대 청소년들도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위와 같은 범행수법으로 3000만 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26일 대법원 양형위원회 양형체험 프로그램에서 디지털성범죄 사건을 선택해 체험을 했습니다. 체험 전 형량 선택에서 징역 5년 초과 10년 이하를 골랐습니다. A씨가 3000만 원의 수익을 냈고, 판매 영상에 10대 청소년이 포함된 점을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법정공방에서 검사는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상대로 수차례 범죄를 저지른 점을 지적했습니다. 검사는 “피고인은 2021년 3월경 메신저를 이용해 아동·청소년성착취물 150개와 카메라를 이용한 촬영물 1000개를 구입 소지하고, 이를 5만원 상당의 문화상품권으로 판매했다”고 공소사실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피해자 중 2명은 만 18세 아동·청소년으로 아직 성적 가치관이 형성돼지 않은 상태에서 씻을 수 없는 평생의 상처를 안겼다”고 강조했습니다.
반면 변호인은 A씨가 생계곤란 등을 이유로 저지른 우발적 범행이라고 반박했습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7년전 아내와 혼인해 현재 6살 자녀를 두고 있고, 의류 판매업에 종사하다가 장사가 잘 되지 않아 현재는 아내의 가게 일을 도와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아내는 심장과 폐가 좋지 않아 자녀 육아를 피고인이 전담하고 있다”며 “생계를 책임지는 입장에서 우발적 범행이다”고 설명했습니다.
재판과정에서 피해자의 진술도 나왔습니다. 형사소송규칙 제134조10에 따라 피해자는 진술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번 재판에서는 피해자가 피고인과 마주치기를 싫어해 영상진술을 했습니다.
피해자 B씨는 “제가 여기 온 이유는 피해자 중 그나마가 제가 나올 수 있다고 판단했기 떄문이다”며 “불안장애와 공황장애에 시달리고 있고, 제가 죽어도 영상은 돌아다니고 제가 죽은 뒤 부모님이 영상을 아실까봐 걱정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못먹고 잘 못자 몸무게도 10㎏가 빠졌고 회사도 그만둔 채 멍하니 있다”고 울분을 토했습니다.
검사는 최종의견에서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한 범죄이며 1500회에 걸쳐 영상을 판매했고 피해자 중 2명은 청소년이다”며 “촬영물에 이름, 직업, 얼굴, 신체 모습이 그대로 나타나 피해가 매우 심각하다”고 밝히며 추가적인 피해가 속출하는 만큼 엄벌을 구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습니다.
변호인은 “피고인은 영상을 배포할 목적이 없었고 호기심에 접근한 우발적 범행이다”며 “피해자들에게 상처를 입혔다는 생각에 매일을 사죄하며 반성하고 있고, 이 사건 범행 외에 어떠한 형사처벌도 받은 전력이 없다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선처를 호소했습니다.
법정공방을 끝낸 뒤 객관적으로 평가할 요소를 찾았습니다. 변호인의 변론에서는 크게 감경할 요소를 찾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검사 측 의견을 잘 살펴봤습니다. 피해자에게 심각한 피해를 야기했고,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는 점이 선고를 할 때 참조가 됐습니다. 양형의 권고형 범위를 6년에서 17년으로 생각해서 징역 7년을 최종적으로 선택했습니다. 과연 재판부는 어떤 결론을 내렸을까요
법원은 최종적으로 A씨에게 징역 7년 선고 및 80시간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를 명했습니다. 또한 아동 청소년 관련기관 등과 장애인복지시설에 5년간 취업제한을 명하고 3000만 원을 추징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형사처벌 전력이 없고 수사과정에서 범행을 모두 인정했다”면서도 “성관계 장면 등이 몰래 촬영된 아동·청소년성착취물 150개와 사람의 신체가 촬영 대상자의 의사에 한배 촬영된 촬영물 1000개를 소지및 영리목적으로 약 3개월간 판매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수익이 확인된 것만 3000만 원이고 피해자들의 이름이나 신상을 특정해 판매가 가능하게 한 점에서 죄질이 상당히 나쁘다”고 강조했습니다.
또한 재판부는 “피해자의 일상생활 영위가 힘들고 영상이 지속 유포될 가능성과 함께 이를 완전히 삭제하는 것도 사실상 어렵다”며 “피해자들의 정신적 고통이 크고 피고인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습니다.
재판부가 선고를 할 때 권고형 범위를 6년에서 25년으로 설정했습니다. 저는 판결문이 나오기 전 제가 생각했던 상단형은 17년이었는데 왜 차이가 발생했을까요. 이유는 특별조정된 가중영역에 있습니다. 특별양형인자에 대한 평가 결과 가중영역에 해당하는 사건에서 특별가중인자만 2개 이상 존재하거나 특별가중인가 특별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을 경우에는 양형기준에서 권고하는 형량범위 상한이 1/2까지 가중합니다. A씨는 형사처벌이 없다는 점이 감경요소가 될 수 없습니다. 불특정 또는 다수의 피해자를 대상으로 하거나, 상당한 기간에 걸쳐 반복적으로 범행한 경우에는 감경요소에서 제외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A씨는 총 3개의 범죄로 다수범죄 처리기준에 따라 범위가 정해졌습니다. 이 중 제 1범죄에 해당하는 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위반(성착취물제작·배포)와 제2범죄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위반(카메라등이용촬영·반포등)에서 특별조정된 가중영역을 받았습니다. 이에 제 1범죄는 가중 6년~12년인데 특별조정돼 6년~18년이 됐고, 제 2범죄는 가중 4년~8년에서 4년~12년이 됐습니다. 따라서 18년(제1범죄 상한)+6년(제2범죄 1/2)+1년(제3범죄 1/3)으로 총 25년이 됩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