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200조 원이 넘는 부채 감축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요르단 발전소 매각전에 한전 자회사인 한전KPS가 뛰어들었다. 지난해 25조 7000억 원 규모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발표하고도 뚜렷한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는 한전이 이번 해외 발전소 매각을 통해 자구책 실행의 물꼬를 트게 될지 주목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전KPS는 한전 요르단 알카트라나·푸제이즈 발전소 지분 인수를 위해 최근 회계·법률 자문사 선정에 돌입했다. 한전KPS는 자문사 선정이 끝나는 대로 요르단 현지 실사를 거쳐 다음 달 진행되는 본입찰에 정식 참여할 계획이다.
앞서 한전은 지난해 7월 두 발전소 매각을 위한 자문사로 삼정KPMG를 선정하고 국내외에서 투자자를 찾아왔다. 매각 대상은 알카트라나 지분 29%, 푸제이즈 지분 40%다. 현재 한전KPS와 국내외 재무적투자자(FI) 등 3~4곳이 인수를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한전KPS를 사실상 유력한 인수 후보로 평가하고 있다. 한전KPS는 한전이 지분 51%를 갖고 있는 발전설비 정비 전문 자회사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삼정KPMG 관계자는 “한전KPS도 아직 후보 중 한 곳일 뿐”이라며 “예비 후보자 모두에게 공정한 실사 기회를 부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카트라나는 2012년 준공된 373㎿(메가와트) 규모의 가스복합시설이다. 한전이 약 1131억 원을 투입해 지분 80%를 갖고 있다. 푸제이즈는 2019년 가동을 시작한 89.1㎿급 풍력발전소다. 약 877억 원을 투자한 한전이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매각가는 매년 발전소로부터 거둬들일 수 있는 미래 현금 흐름을 현재 가치로 산출해 정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전KPS는 지난 1분기 말 기준 현금성 자산만 1384억 원을 보유하고 있다. 현금화가 가능한 매출 채권 등을 포함하면 전체 유동자산이 1조 원이 넘어 인수 자금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올 1분기 매출액은 3324억 원, 영업이익은 503억 원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흑자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한전의 자구책 이행이 늦어지고 있는 게 한전KPS의 이번 인수전 참여를 독려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전 입장에서는 다른 후보가 인수 의사를 철회하더라도 매각을 확실히 매듭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전 자구안의 핵심인 남서울본부 부지 매각은 변전소 이설 문제로 계속 늦어지고 있다. 다만 한전 관계자는 “회사는 재정건전화계획 이행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지난 2년간 13조1000억 원의 이행실적을 달성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한전은 올해 1분기 매출액 23조 2900억 원, 영업이익 1조 3000억 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3분기 이후 흑자 기조를 이어갔다. 그러나 증권가의 영업이익 추정치를 대폭 밑돌면서 ‘어닝 쇼크’라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정부와 한전 안팎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전기료 인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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